지우개는 정말 지우기만 하는 물건일까. 연필은 정말 쓰기만 하는 물건일까. 사고의 전환을 통해 지우개와 종이가 펼치는 엉뚱한 세상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전주 출신의 오세나 그림책 작가가 두 번째 신간 <지우개> (반달)를 냈다. 지우개>
오 작가는 “보름달을 보면서 ‘저 달인 채워진 걸까, 비워진 걸까’라는 생각을 종종했다”면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사고의 전환,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질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림책 <지우개> 에서는 연필과 지우개의 기능이 뒤바뀐다. 연필로 글씨 위를 까맣게 칠해 글씨를 지워버리고, 까만 바탕을 지우개로 지워 그림이나 글씨를 만들어낸다. 사물에는 한 가지 모습만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모습이 있고, 그 모습은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취지가 담겼다. 지우개>
전북대 미술대학 한국화를 전공한 오 작가는 개인전도 5차례 열며 활발한 작업을 했었다. 하지만 거주지를 이전하고 출산을 하면서 의도치 않은 경력단절여성이 됐다. 그림 못지않게 글 쓰는 것을 좋아했던 오 작가는 “자녀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3년간의 준비 끝에 2013년 첫 그림책 <로봇 친구> 가 나왔다. 로봇>
오 작가는 “요즘 그림책은 제10의 예술이라고 한다”며 “단순히 글과 내용을 묘사한 삽화로 구성된 과거의 동화책과 달리 요즘 그림책은 그림과 글이 결합된 새로운 예술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환경, 업사이클링 등 평소 일상에서 잘 생각하지 않지만 논의해봐야 할 주제에 대한 책을 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