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전주를 비롯해 군산, 익산, 정읍, 김제 등 도내 5개 시에 특이한 모습의 시내버스들이 오갔다. 교육방송 프로그램에서 큰 인기를 끌던 ‘꼬마버스 타요’의 디자인이 매핑(mapping)된 버스들이었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부모의 손을 잡고 이 버스를 타고 전북 지역 시내 곳곳을 누비며, 즐거워했다.
워낙 큰 인기를 끈 탓에 5월 한 달만 꼬마버스 타요를 운행하려했던 전주시 등 일부 지자체는 그해 12월까지 연장 운행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해가 지나자 타요 버스는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고, 아쉬워하는 아이들의 뇌리에서도 점차 잊혀졌다. 일부에서는 사라진 이유가 제작사와의 라이센스 문제 때문이라는 소문도 들렸다.
시작은 어린이 배려였지만 상업주의 현실속에서 예산을 핑계로 한 행정의 무책임한 행태로 결국 동심은 뒷전이 된 전형적인 사례다.
3일 전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 5월 5일부터 같은해 12월 까지 4대의 꼬마버스 타요가 운행됐다.
대표적인 버스가 ‘타요’ 이며, ‘라니’와 ‘가니’ 버스 등 종류별로 새로 버스 번호를 부여받아 운영됐다.
당시 타요 버스는 EBS와 케이블 등에서 방송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TV로만 보던 버스들이 실제 시내곳곳을 누비자 아이들은 열광했다.
당시 전북도에서는 5월 1일부터 전주와 군산, 익산, 정읍, 김제 등 도내 5개 시에 14대의 타요 버스를 운행했으며, 이용객은 22.6%까지 늘기도 했다.
문제는 타요 버스의 저작권이었다. 각 지자체들은 타요 버스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주)아이코닉스 엔터테인멘트 측이 그 해까지만 무상으로 하고 다음해부터 연간 2000만원 씩의 저작권료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도내 지자체들 중 추가로 저작권료를 내고 운행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대신 그 이후 전주시내에는 타요 버스 대신 현대자동차가 자체 제작한 캐릭터 ‘브룸’이 부착된 버스 30대가 운행 중이다. 브룸 버스는 정차 시 버스를 타고 내리는 발 받침대가 지면에 닿을 정도로 낮아져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버스를 타고 내리기에 편한 기능적인 면도 있다.
브룸 버스는 이런 기능적인 이유 등으로 기존 일반 시내버스보다 가격이 1000~2000만원 정도 더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브룸 버스 캐릭터는 자동차 회사를 홍보하는 성격이 강할 뿐, 타요 버스에 비해 아이들의 인기는 그다지 높지 않다.
이에 저작권료를 주더라도 어린이들이 흥미를 느끼고 어려서부터 대중교통과 친해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민 윤모 씨(29)는 “지금도 조카들은 타요 버스를 좋아한다. 그런데 최근 버스 앞쪽에 이상한 그림이 있는 버스들은 아이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 과거 타요 버스 같은 컨텐츠를 많이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아동친화도시에 걸맞는 아이들을 위한 대중교통 컨텐츠를 적극 개발해 시정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