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뫼는 스웨덴 서남쪽 끝에 위치한 곳으로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과 외레순 대교로 연결되어 있는 스웨덴 제3의 대도시이다. 13세기경 항구도시로 건설되어 인구가 늘고 19세기 중반에 철도가 개통되자 스웨덴 각지를 연결하는 중심지가 되었고, 큰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했다. 말뫼라는 도시가 유명하게 된 것은 소위 ‘말뫼의 눈물’ 때문이다. 스웨덴 조선사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코쿰스 조선소가 폐쇄되자 말뫼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와 말뫼의 시민들은 2002년 9월 25일 말뫼의 랜드마크였던 138m 높이의 크레인이 단돈 1달러에 조그만 나라 한국의 현대 중공업에 팔리게 되었다. 한국으로 매각되는 코쿰스 조선소의 상징인 골리앗 크레인을 배웅하며 눈물을 흘렸다.
조선소가 문을 닫자 도시 3만명 가량이 거리로 내몰렸다. 하지만 말뫼의 눈물은 말뫼를 미래의 도시로 만드는 시작점이 되었다. 기업인, 노조, 주지사, 시장, 시민, 대학교수 등이 함께 말뫼의 성장을 위한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을 끝없이 토론했다. 그 결과 스웨덴에서 덴마크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설했고 바다 건너 덴마크에 비해 집값이 싸고 생활비도 적게 들면서 청정도시를 표방한 말뫼에 덴마크의 젊은이들이 집을 구하러 몰려오기 시작했고, 실직했던 많은 말뫼 사람들도 덴마크에 일자리를 잡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조선소 터를 매입해서 자체 생산 가능한 신재생에너지로 운영되는 친환경 뉴타운을 건설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유명한 식품산업단지인 ‘외레순 클러스터’, 세계적인 바이오 제약 산업 클러스터인 ‘메디콘 벨리’, 조선소 본사의 빨간 벽돌 건물은 500여개의 IT스타트 기업이 입주해 있는 ‘미디어 에볼루션 시티’ 등을 만들어 신재생에너지, 정보기술(IT), 바이오산업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이제는 말뫼의 눈물이 말뫼의 희망으로 변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산의 경우를 보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이미 잠정 폐쇄되었으며,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노사가 모여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한 교섭’ 잠정 합의를 통해 ‘법정관리’라는 파국은 피했어도 군산공장 폐쇄는 사실상 확정됐다. 잘 알려진 대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수주 절벽에 따른 선박 건조 물량 부족,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의 원인으로는 쉐보레 브랜드 유럽철수와 세계경기 침체, 내수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로 인해 군산공장 근로자를 비롯해 협력업체 등 많은 근로자가 이미 일자리를 잃었다.
현재는 매우 어렵고 힘든 시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의 군산은 어쩌면 스웨덴 말뫼와 같은 내일의 도시가 될 기회를 맞았다. 따라서 당장 눈앞에 있는 이익과 단순한 위기 모면을 위한 처방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조금은 길게 느껴지고 답답하지만 미래의 성장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말뫼를 회생시키기 위해 많은 단체와 관련자들 모두가 힘을 쏟아부었듯이 우리도 정부, 전라북도, 기업인, 노조, 대학 및 공공기관이 한마음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이다. 이제는 거대 공장 하나의 이익에서 떨어지는 낙수효과로 지역경제를 살리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 같다. 그들의 경영 실패로 기업이 무너지거나 무책임하게 돌아서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군산경제를 단순히 군산에 한정하여 생각하지 말자. 새만금과 연계하여 말뫼 지역처럼 미래 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클러스터를 만들어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면 새로운 시대 트랜드에 맞는 식품·바이오산업, 첨단 농생명 산업, 신 재생에너지 사업 등 다양한 첨단의 신규사업이 필요하다. 이것은 비록 조선소가 다시 가동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어도 별도로 계속 추진해야 한다. 전통적 공업도시였던 군산을 친환경 지식기반의 도시로 개념을 설정하고 아픔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의 노력이 있다면 군산은 희망의 도시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