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각성에 불을 지핀 영화 ‘1987’.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가 장준환 감독을 초청해 ‘1987’을 치유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지난 5일 전북대 인문관에서 열린 ‘장준환 감독과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의 대담’. 이승수 이사는 영화 속 인물을 통한 공감·치유에 관해 주목했다. 장준환 감독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장본인인 ‘박처장’에 대해 “역사의 안타까운 단면”이라고 짚었다. “ ‘박처장’ 같은 괴물은 어떻게 만들어 졌나 들여다보면 인민군에게 가족이 학살됐던 과거사가 나옵니다. 역사가 준 상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들이 오늘날에도 태극기를 들고 거리에 나오시지 않습니까. 트라우마가 다시 폭력으로 재생산되지 않도록, 우리가 어떻게 보듬고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지점입니다.”
이한열 열사에게 ‘데모하러 가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라고 외쳤던 ‘연희’에 대해서는 “유일한 가상 인물이지만 그 당시 수많은 ‘연희’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초기 시나리오에서는 ‘연희’가 높은 간부의 딸이었는데 서민 가정의 평범한 여성으로 수정했다”며 “당시 민초들의 내적 갈등을 ‘연희’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불과 재작년에도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정권에 맞서 싸워야 했다. 우리는 민주주의, 공동체주의에 대해 더 고민하고 후세에게 가르쳐 줘야 한다. 나 역시 솔직하면서도 위로받고,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소명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