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의 고장' 전주 천주교 유산, 지역 문화콘텐츠로

제18회 요안루갈다제, 19일~26일 치명자산 성지 일대서
도보순례·음악제·순교자 현양제·뮤지컬 등 주민도 향유

▲ 한국 순교 역사에서 추앙받는 동정부부. 유중철 요안과 이순이 루갈다의 동상.

‘순교의 땅’이라 불리는 전주에는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진주’로 추앙받는 동정부부 순교 복자 유중철 요안과 이순이 루갈다가 존재한다. 이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신자들이 천주교를 신봉한 죄로 전주 성문 밖 등에서 처형당했다. 깊은 신앙의 피로 적셔진 성에서 나온 돌을 주춧돌로 쌓아 만든 것이 전동성당이다. 전동성당, 풍남문, 치명자산, 서천교, 초록바위 등 전주에 산재하는 천주교 유산.

천주교 전주교구(교구장 김선태 주교)와 전주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한병성)가 지역 신앙유산을 지역민과 관광객, 나아가 세계인이 나누는 전주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바로 오는 19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제18회 요안루갈다제’다.

▲ 요안 루갈다제 전야 음악제.

△18년 이어온 요안루갈다제, 시민 종교문화행사로

동정부부 요안과 루갈다의 거룩한 신앙과 사랑을 본받기 위해 2001년부터 시작한 ‘요안루갈다제’.

매년 천주교 전주교구가 주최하고 치명자산 성지 요안루갈다제 제전위원회가 주관한다. 그간 신앙 행사의 성격이 강했다면 올해부터 문화적인 특성을 강화했다. 천주교인을 비롯해 지역민, 관광객이 함께 누리는 ‘신앙유산의 전주 문화콘텐츠화’의 첫 행보인 셈이다.

한병성 천주교 전주교구 평단협회장은 “신앙유산은 신앙인만의 흔적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현장과 함께 숨 쉬어 온 현양 문화유산”이라며 “이를 전주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개발해 ‘성지’인 전주를 전국을 넘어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요안루갈다제에는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이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며 “이번 행사가 설계의 첫 과정인 만큼 피드백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올 요안루갈다제, 어떻게 열리나

올해는 기간을 대폭 늘려 종교의 의미부터 지역 신앙유산, 문화공연 등 다각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9일 오후 2시 치명자산 장막성당에서는 ‘가톨릭교회가 평신도에게 바라는 모습- 평신도 희년을 맞아’를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연다. 이날 곽승룡 천주교 대전교구 신부(대전가톨릭대 교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의 평신도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기조강연 한다.

22일에는 ‘호남의 사도’ 유항검의 생가 터가 위치한 완주 ‘초남이’부터 치명자산까지 약 20km가 이어지는 ‘요안루갈다길 도보순례’가 진행된다. 매년 약 500명이 참여해 현장을 함께 걸으며 설명을 듣는다.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22일 오전 9시까지 치명자산 주차장으로 모이면 된다.

25일 오후 7시 전동성당에서는 요안루갈다제 전야 음악제가 열린다. ‘천주교 전주교구 까리따스 성음악 챔버 오케스트라’와 ‘전주남성합창단’이 동정부부의 사랑·희생·순결을 표현한 음악과 대중에게 익숙한 종교음악을 들려준다.

△놓칠 수 없는 본행사, 순교자현양제·뮤지컬

▲ 창작 뮤지컬 성극 ‘님이여 사랑이시여’.

26일에는 요안루갈다제의 본행사가 열린다. 오전 10시 치명자산 성지 ‘요안 루갈다 광장’에서 순교자 현양 대미사가 이뤄진다.

이날 오후 2시에는 전주교구 가톨릭예술단의 창작뮤지컬 ‘님이시여 사랑이시여’가 공연된다. 유요안과 이루갈다의 신앙과 사랑을 통해 박해시대 신앙 선조들이 걸었던 믿음의 길을 묵상하고 현대인들의 길을 찾는 내용이다.

▲ 순교자 현양 대미사.

특히 전국 순회 공연을 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 ‘님이시여 사랑이시여’는 행사 이후에도 천주교 전주교구에서 상설공연으로 올릴 예정이다. 대표 문화상품으로 키우겠다는 의도다. 지속가능한 예산 확보를 위해 문화펀드도 만들었다. 더불어 신인 배우도 참여할 수 있게 해 연극 등용문 역할도 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