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중심의 사회적 가치를 함양한 정부혁신

▲ 신기현 전북대 교수·지방자치연구소장
일제로부터의 해방 이후 한국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가파른 변화를 겪어왔다. 식민지 지배와 전쟁 폐허에도 불구하고 경제 규모 세계 11위, 국민소득 3만불, 수출 세계 6위를 기록할 정도의 성장과 발전을 통한 산업화와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가능할 정도의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하지 않았던가.

 

지난 2월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하여 한국은 세계 4대 주요 스포츠 대회인 하계올림픽·동계올림픽·세계육상선수권대회·월드컵을 유치, ‘스포츠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세계 6번째 국가로 기록되면서 우리 사회의 저력과 국가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바 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온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를 보면 아직도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 비약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위상을 보면 2017년 OECD 38개국 대상 ‘더 나은 삶의 질 지수’에서 공동체지수 38위, 삶의 만족 30위, 일과 삶의 균형 35위로 나타나고 있어 양적 발전과 삶의 질 사이에 괴리가 크다.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단독 지배, 노동배제적 국가-재벌 공동 지배, 무한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자유 시장 지배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는 양극화 심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위기가 상존하고 있지 않던가.

 

성장의 과실을 소수가 무한대로 축적해가는 식의 경제 운영은 공정성을 우선시하는 구성원들로부터 더 이상 지지를 받지 못한다. 사회 통합, 포용, 사회적 시장 경제 지배를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가 문재인 정부의 정부혁신에서 강조되기에 이른 것은 바로 이러한 시대 상황 반영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 가치란 사회(공동체)에 의해 부여되고 공유되는 가치’로 공개적이고 공동의 관심사를 토대로 한다. 세계적으로 정부혁신과 관련하여 미국은 경우 열린정부 구상, 정부성과결과법 현대화, 사회혁신청 설치 등에 나선 바 있고, 영국은 사회서비스법 제정, 독일은 경쟁제한법 제정, 캐나다는 개방정책개발시스템 가동 등을 통해 정책의 사회적 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다.

 

이렇듯 시대 상황과 세계적 조류를 반영하여 문재인 정부는 정부혁신 비전으로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내걸고 참여와 협력, 신뢰받는 정부 운영과 동시에 예산편성 때부터 사회적 가치를 그 중심에 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4년 국회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지만 2017년에 다시 발의되어 있는 상태다. 이 법안이 통과되는 경우 향후 정부혁신에서 사회적 가치 적용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회적 가치는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과 연결되어 있는 것들이다. 인권, 재난, 보건복지, 노동, 사회약자, 사회통합, 기업 상생과 협력,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 활성화와 공동체 복원, 이익이 지역에 순환되는 지역경제 공헌,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적 책임 이행, 환경의 지속가능성 보전, 민주적 의사결정과 참여의 실현, 기타 공동체의 이익실현과 공공성 강화를 포괄하는 내용 등 그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가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구현하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사회 구성원의 참여와 협력, 신뢰 회복, 제도화 등과 같은 정부혁신의 사회자본 축적에 기본을 두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