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 - 이문희

이문희

비가 내린다

 

오랫동안 하릴없는 사람처럼

 

바라만보다가

 

빗속에 남겨둔 것들을 만진다

 

저만치 비껴서있는,

 

시간은 언제나 밀쳐왔다 밀려가고

 

풀지 못한 과제들처럼 슬픔과도 해후한다

 

슬픔을 빗속에 여러 번 헹구어

 

빛 좋은 날

 

포플러 가지위에 걸어두고

 

웃음을 와르르 쏟아내고 싶다

 

웃음의 뿌리는 슬픔이기도 한 것이므로

 

이제 내 가슴 속에서만 비가 내린다

 

△슬픔을 빗속에 헹구어 포플러 가지 위에 걸어두고 웃음을 쏟아내고 싶다는 화자에게 내 웃음을 전하고 싶다. 웃음의 뿌리가 슬픔이라고 했던가. 풀지 못한 과제들이 궁금하다. 욕심 보따리에 쟁여놓은 시간들이 아닐까? 나의 오후 세 시. 생각만 하여도 온몸에 전율이 엄습해오는 시간이다. 오후 세 시엔 시상에 젖어 시 작업을 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마음이 경건해지고 생각이 맑아 청정한 우물에서 낱말을 두레박으로 건져 올리는 시간이어서 화자를 초대하고 싶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