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백제] (103) 5장 대백제(大百濟) 19

글이 원 호그림권 휘 원

“아니, 저놈.”

그때 막 전선(戰船)에 오른 군사를 본 국창이 눈을 크게 떴다. 체격이 커서 시선을 준 참이었다. 군사 복장에 장검을 찬 사내, 바로 한솔 계백 아닌가?

“저놈이?”

그때는 이미 계백이 국창의 다섯걸음 앞으로 다가오는 중이다. 널판지를 타고 오른 순시선의 군사는 10여명, 그때 계백이 허리에 찬 칼을 쑤욱 빼들면서 소리쳤다.

“한산성주 계백이 역적 국창을 죽인다! 쳐라!”

그순간 국창은 한걸음 물러서면서 허리의 칼을 빼들었지만 계백은 껑충 뛰어 두걸음 간격으로 다가왔다.

“네 이놈!”

놀랐지만 국창도 무장이다. 국창이 칼을 치켜든 순간 계백이 덮치듯이 달려오더니 장검을 옆으로 후려쳤다.

“에익!”

계백의 기합, 계백과 함께 내달려온 순시선의 군사들이 일제히 칼을 휘둘렀다.

“으악!”

국창의 비명이 처음으로 전선 위에 울렸다. 왼쪽 어깨에서 옆구리까지 비스듬히 베어진 국창이 쓰러지는 것을 신호로 배에는 비명과 고함소리로 뒤덮였다.

“다 죽여라!”

이것은 화청의 목소리다.

“네 이놈!”

하도리의 외침도 섞여졌다. 국창과 함께 홍도에서 주연을 즐기려던 무장들도 변변하게 대항도 하지 못하고 살육되었다. 국창이 계백에게 무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자 혼이 나갔기 때문이다. 전선에 오른 10여명의 군사는 계백의 직속 무장들이 변장을 한 것이다. 잠시후에 전선에 탄 국창 일행은 물론 병사와 수부까지 모두 살해되었다. 전멸이다.

“불을 질러라!”

이제는 화청이 지시했다.

“수군항 항장 국창과 수하 장수들은 홍도에 놀러 가다가 폭풍우를 만나 실종된 것이다.”

소리쳤던 화청이 맑은 하늘을 잠깐 보더니 덧붙였다.

“해적을 만났는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한식경쯤이 지났을 때 불에 타오르던 전선이 갑자기 선수가 물속으로 박히더니 곧 소용돌이와 함께 바다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잠시후에 소용돌이가 가라앉고 다시 바다가 잔잔해졌을 때 바다위에는 판자 조각이 몇개 흩어져 있을 뿐 전함은 사라졌다.

“수부들에게 입막음을 단단히 시켰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두 믿을만한 놈들입니다.”

부상이 낫지 않아서 순시선에 남아있었던 나솔 육기천이 계백에게 말했다.

순시선은 뱃머리를 돌려 육지로 다가가는 중이다.

“수군항 항장과 그 측근 무장들이 몰사했으니 왕비측에서 당황할 것입니다.”

화청이 주름진 얼굴로 계백을 보았다.

“다시 측근들로 수군항 지휘를 맡기기 전에 손을 써야 할 텐데요.”

“이번에는 내가 대좌평을 만나고 와야겠어.”

계백이 화청과 육기천, 하도리 등을 둘러 보았다.

“3국의 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인데 대백제가 왕비를 중심으로 하는 모반세력 때문에 내분이 일어난다면 큰일이네.”

큰일이라고 표현했지만 왕국은 외부의 침공보다 내부의 모반 때문에 멸망한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내부의 분란이 외척의 침공을 불러오기도 한다. 화청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소. 한솔께서 다녀 오시는게 낫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