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전라도 천년의 해를 맞은 전라북도. 전북은 풍성한 전통문화 자산을 통해 찬란한 천년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다. 미래 천 년을 융성하게 할 전북의 새 문화 성장 동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과거 천 년 역사·문화를 미래 천 년까지 끌어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간 축으로 길게, 공간 축으로 넓게 잇는 것이 관건. 이를 위해서는 전북이 보유한 문화적 자산을 첨단 기술을 활용해 미래 콘텐츠로 재탄생시키고, 전북을 넘어 광역 간 연계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제언이다.
△ 천년 역사, ‘초광역화’· ‘미래 활용’ 필요
전북에는 백제역사유적지구, 가야 역사문화권, 동학농민혁명 중심지 등 다양한 역사·문화 유적지가 산재한다. 이를 도내에 한정한 ‘지역 중심의 관광산업’을 넘어 다른 광역시와 함께 ‘초광역 연계사업’으로 확장해 세계적인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세길 전북연구원 문화관광연구부장은 “광역 간 연계를 통해 지자체별 사업 추진에 따른 사업 규모의 왜소화와 지역 간 불협화음, 사업의 중복성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초광역 연계사업’은 중앙정부가 목표로 하는 지방 균형발전 및 지역 간 화합과도 맞닿는다. 장 연구원은 “지역 간 가장 큰 문제는 교류 단절인데, 문화적인 접근이 교류 활성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가져온다. 광역 관광개발은 지역발전특별회계의 경제발전계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찬란한 천 년 역사를 어떻게 미래적으로 걸맞게 활용하고, 또 역사를 발전시켜 이어올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장 연구원은 “문화영토를 확장하고 지속가능한 자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콘텐츠 개발이 필수”라며, “문화콘텐츠 개발 인프라 확보는 전북이 전국에서도 선도적인만큼 대표 문화 동력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 ‘가야’· ‘동학’· ‘백두대간’ 등 동서축 연계
특히 전북을 중심으로 한반도 동서축의 역사·문화적 동질성을 복원해 동서화합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동서축은 근대화 이후 사회·문화적으로 분절됐지만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때로는 중앙집권 세력, 때로는 외세의 침략에 함께 저항하며 역사적 정체성을 공유했다.
장세길 연구원은 당시 정체성을 공유하는 초광역 동학농민혁명 역사문화벨트, 가야역사문화권, 평야의 쌀문명과 대비되는 백두대간 산림문화권, 마실길로 전국 국토 걷기 프로젝트 등을 제안했다.
그 중 ‘가야’는 동서 교류의 핵심 교두보다. 장수·운봉 가야가 영남권과 전라권 가야를 잇는 교류 길목이었다. 역사적으로 복원해 영남·전라권 주민들이 서로의 유적을 탐방하면서 동질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현재 도내 14개 시·군에 조성된 ‘예향천리 마실길’도 백두대간 마실길·지리산 둘레길을 영남권과 잇고, 이를 전국으로 확장할 수 있다. 다른 자치단체와의 공동사업으로 연계해 ‘마실길로 국토 전체를 걸어서 다니는 관광 사업’을 기획하는 것이다.
△ 가상 테마파크에서 이어지는 전북 새 천년
전북이 ‘문화콘텐츠산업 인프라 구축’ 부분에서는 타 지역에 비해 앞서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와 올해 지역거점형 콘텐츠기업 육성센터 ‘창공’이 전국 최초로 구축됐고 지역 거점형 음악창작소 ‘레드콘’, 빛 융합산업기지 스마트미디어센터가 생겼다. 총 143억 원 규모다.
인프라 구축 수준은 선도적이지만 이를 활용해 지역 특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문화·예술 분야와 융복합하는 것이 과제다.
특히 홀로그램 콘텐츠산업 육성과 AR(가상현실)·VR(증강현실)·MR(혼합현실) 체험관 조성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역사 유적을 물리적으로 다시 짓는 것보다 가상의 세계에서 실감형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다채롭고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
역사 유적·유산을 활용한 홀로그램 공연·교육·전시 등으로 구성된 테마파크 구축 사업이 제안됐다. 백제·가야·조선 등 지역의 역사나 새만금 등의 환경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AR·VR·MR 체험관 조성, 판소리·부채춤·농악 등 무형유산 또는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을 감상하는 실감형 콘텐츠 전용 공연장 조성도 그 일환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올해부터 군산 근대역사문화지구 내에 아동 교육용 콘텐츠 체험존과 근대역사 4D 홀로그램 공연장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인 미래 비전을 세우는 등 대표 관광지와 연계한 문화콘텐츠 도시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