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가스 중독사고,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 조부모와 20대 손자 등 일가족 3명이 지난 2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당시 경찰은 유서나 타살 흔적이 없어 보일러의 기계적 결함이나 집구조의 문제인지를 두고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아파트 측이 공동배기구를 막아 보일러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고스란히 집안으로 역류해 생긴 사고로 밝혀졌다. 안전불감증이 부른 참사였던 셈이다.

 

사고 경위를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아파트 관리자가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나 고지 없이 일방적으로 공동배기구를 막았다는 점이다. 아파트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관리자가 공동배기구를 막았을 때 발생할 문제들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아 결국 참사를 부른 단초가 됐다. 노후 아파트에다가 고령층이 많이 사는 곳이었던 만큼 안전에 대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했음에도 이를 간과했던 것이다.

 

또 하나 문제가 보일러 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가스보일러를 가동할 때는 배기통 등을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사고가 난 아파트 역시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한 뒤 5일 정도 보일러 가동이 멈췄던 곳이다. 사고 당일 보일러가 잘 작동하지 않아 보일러 업체에 연락해서 점검을 받았으나 이상이 없다고 했단다. 그러나 점검에 나선 보일러 업체 기사가 자격증도 없고, 가스누출을 점검하는 계측 장비도 갖추지 않았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보일러 업체가 이리 허술하게 관리했다는 게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을 다시 한 번 보여준 민낯이다.

 

연탄가스 사고보다는 덜 하지만 가스보일러 안전사고도 전국적으로 매년 여러 건씩 발생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통계를 보면 최근 5년 동안(2013년~2017년) 가스보일러 사고 23건이 발생해 14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다쳤다. 사고의 대부분은 전주의 일가족 참사와 같이 배기통 문제로 유해가스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일산화 중독으로 이어진 사고다. 가스보일러를 사용하기 전에 이상이 없는지 제대로 점검이 이루어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들이다.

 

가스보일러 사고가 자칫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항상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전주의 일가족 참변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동 주택관리자나 가스업체의 안전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