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모습을 드러낸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의 미소를 전북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김종연 전북도 무형문화재 제58호 목조각장이 원형과 같은 크기의 목조각으로 재현한 것.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은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나 백제금동대향로에 필적하는 한국 조각사의 걸작 중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다시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출토 100년 만에 일본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1907년 부여 규암면에서 발굴됐지만 일본으로 반출된 이후 자취를 감췄던 금동관음상. 하지만 지난 4일 문화유산회복재단을 통해 금동관음상을 소장한 일본인이 지난해 12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 미술사학자들에게 불상을 공개한 사실이 밝혀졌다.
김종연 목조각장은 이후 밤낮없이 작업에 매달려 열흘 만에 목불상을 완성했다.
그는 “ ‘우리 문화재는 우리 곁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백제 걸작의 빼어난 미소와 표정, 자태를 도민들이 가까이서 봤으면 좋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아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사진과 동영상을 몇 백번 넘게 보며 관찰했다. 정교한 영락 장식과 화려한 머리 장식, 전신에 두른 천의 주름, 겨드랑이와 머릿결, 손가락까지 세심하게 표현했다.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얼굴에 띤 부드러운 미소와 목선 사이의 공간 파기, 전체적인 신체 선을 좌우하는 허리 곡선이다.
“찢어진 듯하지만 편안한 눈과 입꼬리가 자아내는 미소가 단연 가장 빼어난데요. 사포에 먼지 하나만 묻어도 표정이 달라지기 때문에 숨도 참고 작업했습니다. 천 년 전 작품, 그것도 다루기 힘든 동으로 만든 불상이지만 섬세함에 깜짝 놀랍니다.”
가장 무늬결이 연한 은행나무로 제작해 표정의 왜곡이 없도록 신경 썼다. 그는 또 “원형을 복원하지만 머리카락의 결을 표현하고 손가락 등에 음영을 더해 목조각만의 섬세함을 더했다”고 말했다.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이 세상에 알려지자 국내에서 환수 절차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을 비롯한 전국 도난 문화재의 회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 도난 유형 문화재는 738건, 3만 197점이다. 그러나 회수율은 21.8%에 불과하다.
이중 전북지역 도난 문화재는 32건. 1점 당 적게는 1점에서 100여 점까지도 포함되기 때문에 수백여 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연안이씨종중 고문서인 공신녹권·공신회맹록(보물 제651호), 남원 실상사 석등(보물 제40호)의 보주 등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를 비롯해 지정종별 중요민속문화재와 전북도 문화재자료, 천연기념물 등 역사·학술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문화재들이 많다.
그러나 지난해 익산 김안균 가옥(전북 민속문화재 제23호) 현판 등 7점, 2014년 남원 선국사 등에서 도난당했던 불교문화재 21점이 회수된 것 외에는 요원하다.
더불어 지난해 남원에서 조선시대 ‘황진가 고문서’(보물 제942호)가 도난당한 것이 새로 확인돼 도내 유형 문화재 관리·회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 명장은 “나도 40년 가까이 목공예를 하고 있지만 그 시대 장인들의 노력을 생각하면 유형 문화재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며, “역사적 가치·명분에 따라 마땅히 회수·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