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식만 귀한가요? 이웃을 배려하는 에티켓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전주시 덕진구 장동 혁신도시의 한 음식점 종업원 A씨는 최근 이른바 ‘진상 엄마’를 만났다. 이 30대 엄마는 음식점 내부 통로에 어린아이가 탄 유모차를 세워 뒀다.
A씨는 “가게가 좁아 유모차를 밖에 세워두시면 좋겠다. 아이에게도 위험하고, 다른 손님이 넘어질 수 있다. 아이를 유모차 대신 유아용 의자에 앉혀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이 엄마는 꿈쩍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니 나가 달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말을 삼켰다고 했다. 그랬다간 엄마들이 모인 인터넷 ‘맘 카페’에 “저 음식점은 정말 불친절하다”라는 비판글이 올라오고, 수십 개의 댓글 공격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모차와 함께 들어오는 엄마들 때문에 영업에 지장이 커지면서 이 업소는 결국 ‘유모차 매장 출입 금지’ 안내문을 부착했다.
일부 엄마들의 예절 없는 ‘자식 사랑’이 애꿎은 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에티켓을 지켜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신도시 주변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혁신도시에 입점한 상가에서 유독 피해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다.
혁신도시에서 프렌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이곳 상점들의 주 고객층이 ‘30대 맘’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면서도 “상당수 엄마들은 에티켓이 있지만, 일부의 잘못된 행동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카페 폐쇄회로(CC)TV를 보면 지난달 한 엄마는 아이의 소변을 종이컵에 받은 뒤 그대로 두고 나가고, 또 다른 엄마는 테이블 위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준 뒤 뒤처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나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카페는 얼마 전 ‘노키즈존(어린이 출입금지 구역)’으로 전환했다. 이 카페는 아이를 아예 받지 않기로 했는데, 이번엔 차별 논란에 직면하며 일부 엄마들 사이에서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같은 불만은 인터넷 ‘맘 카페’를 통해 더욱 확산된다. 일각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될 수 있지만, 명예를 훼손하는 수준의 비판 글에 대해서는 ‘맘 카페’ 운영자가 삭제하는 등 자정 능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승혁 우석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부 엄마들은 나쁜 행동을 하고도 그에 뒤따르는 죄책감·자기 경멸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인을 문제로 삼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면서 “그러나 아이와 부모를 혐오의 대상으로 보는 ‘노키즈존’의 확산도 좋지는 않다. 함께 사는 사회의 가장 기본인 ‘나 만큼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에티켓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