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를 웃도는 폭염에 에어컨을 찾아다니는 ‘에어컨 유목민’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손님 발길이 끊긴 전통시장엔 한숨이, 손님이 북적이는 대형마트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
나날이 치솟는 기온에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끊기며 상인들은 “장사 못 해 먹겠다”며 울상이다.
24일 찾은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시장 점포 의자에 앉아 연신 부채질을 하던 상인 김모 씨(71)는 “날이 더워 손님이 찾지 않는다. 장사하러 나와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점포 앞 도로에 물을 뿌리던 정육점 주인은 “날이 더우니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다. 앞으로도 계속 덥다고 하는데 버틸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인근의 대형마트에는 이른 시간과 바깥 날씨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손님들로 북적였다.
장을 보러 왔다는 임모 씨(33)는 “마트에 나와 장을 본다는 핑계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다”며 “집보다 마트가 시원해 요즘은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도내 대부분의 대형마트는 평소와 달리 밤 늦은 시간까지 더위를 피해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으며, 시내는 물론 주택가 주변 카페도 차와 음료 등을 마시며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영화관에도 늦은 밤까지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서민들의 소득 대비 냉방비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소득을 기준으로 10분위로 나눠 1분위의 가난한 사람은 가구 소득의 18.5%를 연료비로 사용하는 데 반해, 부자인 10분위는 1.8%만을 연료비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난할수록 전체 소득에서 에너지 관련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를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상구 운영위원장은 “빈부 격차보다 연료비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은 에너지가 ‘필수 생활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난방 지원에만 머물러 있는 정책에서 여름철 냉방 지원까지 에너지 복지 정책 대상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