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마중길’을 걷다, 전주의 첫인상을 보다

엄혁용 전북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전주역 앞 도로에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 2015년부터 전주시가 도시재생사업과 지역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 만든 길 위의 길, ‘첫마중길’이다.

전주역은 전주를 찾는 많은 여행객이 전주를 처음 마주하게 되는 첫 관문이다. 역을 빠져나와 만나게 되는 눈 앞 풍경은 자연히 전주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나 처음 첫마중길이 만들어졌을 때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찬반 여론에 비판과 호평이 부딪쳤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지금 첫마중길은 전주만의 문화 예술적인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전주를 찾는 여행객에게는 아름다운 첫인상을, 전주시민들에게는 쉼터기능을 더해 도시 속의 자연과 문화를 어우르는 생태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전주시의 도시 철학이 이제 비로소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는 무엇보다도 역 앞을 무섭게 달렸던 차량들의 속도 변화가 반갑게 느껴진다. 도시지역 차량 제한속도가 10km 감소하면 교통사고 비율이 24%나 감소한다는 국가교통안전연구센터의 연구 결과를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사람이 중심이 되는 안전한 도로와 길을 갖추는 일은 좋은 도시가 갖추어야할 덕목이다. 실제 도심의 운전 제한속도를 기존보다 10km로 낮추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전주의 첫마중길처럼 도시의 역과 터미널 앞에 예술광장과 문화거리를 조성해 활용하고 있는 세계적 도시들은 얼마든지 많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6년 연속 1위를 차지한 호주의 멜버른이 대표적 예다. 멜버른시가 ‘플린더스 스트리트역’ 앞에 조성한 ‘페데레이션 스퀘어’는 여행객들이 편안하게 휴식하며 교류하는 만남의 장소로 이름이 높다. 필자 역시 멜버른을 처음 방문했을 때 페데레이션 스퀘어에 걸터앉아 눈앞에 펼쳐진 야라 강변을 보며 멜버른 여행 계획을 세우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뉴욕도 ‘포드 어소리티’ 터미널 근처에 타임스퀘어가 있다. 이 곳 역시 대중교통을 이용한 많은 방문객에게 뉴욕시만의 열정적이고 활기찬 첫인상을 전하는 공간이다.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역 앞의 문화공간도 수많은 여행객들에게 부다페스트를 아름답고 따뜻한 도시로 기억하게 하는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주시는 그동안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문화예술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첫마중길, 팔복문화공장, 풍남문과 객사를 잇는 전라감영 테마거리 등 전주시의 외관을 다듬는 일이나 전주시 곳곳의 소중한 이야기를 복원하고 발굴해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함께 공유하는 공공재개념으로서 활용하는 사업들이다.

작년 7월, 2017아시아 도시경관상에 전주의 첫마중길이 선정됐다. 유엔 해비타트 후쿠오카 본부와 아시아 인간주거환경협회, 아시아경관디자인학회, 후쿠오카 아시아 도시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2017아시아 도시경관상은 도시경관 형성에 훌륭한 실적을 쌓아 널리 모범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선정해 수상하는 상이다.

‘조건 없는 부를 축적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삶의 질이 더 큰 화두로 자리 잡은 지금, ‘첫마중길’은 전주시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좋은 기준이 됐다.

그러나 아직 전주시가 세계적인 문화예술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첫마중길처럼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쉼터의 기능을 가진 야외문화공간을 늘려나가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뉴욕에 오래된 기찻길을 사람들이 걷고 쉴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든 하이라인이 있다면 우리에겐 팔복동 공단 철로가 있다. 전주를 찾는 여행객들이 첫마중길에서 아름다운 첫인상을 만났다면 도심 곳곳에서도 그 첫인상을 유지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과 거리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도시 전주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지금, 더 치열한 고민과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