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덕 시집 ‘달달한 쓴맛’…어둠을 닦아 빛을 만드는 시편들

4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발간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안성덕 시인이 4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달달한 쓴맛> 을 펴냈다. 이 안에는 어둠을 닦아 빛을 만들어내는 시편들이 가득하다. 아픔과 상처를 보듬는 그의 품은 넓고, 절망과 고통을 쓸어내리는 그의 손은 섬세하다.

시인은 자신의 추억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이번 시집에 이야기시의 형태가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기억을 치장하지 않는다. 다정하고 순연한 유년의 풍경을 담백한 목소리로 고백할 뿐이다.

“엿을 먹었네/ 꿈결인 듯 앞산 너머 뻐꾸기가 울면 철걱철걱 엿장수가 가위를 쳤네/ 아무리 아껴 먹어도 할머니 흰 고무신은 금세 녹았고 어머니의 부지깽이는 오래 쓰라렸네/ 소쩍새는 밤이 깊도록 훌쩍거렸네” (‘달달한 쓴맛’ 일부)

나아가 시인은 세상을 다독이고, 타인을 보듬는다. 이러한 다정한 시선은 가족과의 관계로부터 기원한다. 특히 그에게 지극한 사랑을 전해준 어머니는 그 기원의 바탕이다. 월남전에 파병된 형을 그린 ‘별’, 아내와의 토닥거림을 다룬 ‘핑계’ 등 가족에 관한 시편들도 다정의 기원을 엿보게 한다.

“(상략) 갓난아기로 돌아가신 걸까 틀니 빼 쓰레기통에 버렸더라는 어머니, 태엽 감듯 시간 맞춰 공양하시고 무덕무덕 애기똥풀꽃 활짝 피우신다// 쑥고개 아래 연수요양병원 315호실 저, 저 꽃바구니 십 년은 더 걱정 없겠다” (‘조화’ 일부)

이와 관련해 박동억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투쟁해야 하는 현실도, 아픈 상실도 조금씩 내려놓으며 안성덕 시인의 시는 넉넉한 품을 만들어낸다. 그러한 품은 어머니를 넘어 신화적인 여성성에 비유된다”며 “천상과 지상을 모두 포용하는 이 근원적인 모성이야말로 안성덕 시의 뿌리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읍 출신인 시인은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입춘’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 시집 <몸붓> 을 냈다. 제5회 작가의 눈 작품상과 제8회 리토피아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원광대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