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백제] (197) 10장 백제방 왜국 13

신라소에서 잡인의 출입을 금지 시킨 채 군병의 출동 준비를 했지만 소문은 딴 곳에서 새었다. 신라소와 동맹을 맺은 호족 마사시 일족에 끼어있던 병사 시로가 도망쳐나와 백제방에 뛰어든 시각이 해시(10시) 무렵, 시로는 왜인(倭人)으로 풍왕자가 신임하는 왜인 무장 아베와 동향 사람이다.

“오늘밤 자시에 백제방을 기습할 것입니다. 병력은 대아찬 박경이 이끄는 6백이고 응원군으로 김부성이 군병 3백으로 뒤를 잇는다는 것입니다.”

아베가 큰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아베의 옆에 선 시로가 말을 받는다.

“박경에게 호족 아리타와 마사시가 왜인 군병을 모아 붙었고 김부성은 이또가 가담했습니다.”

풍이 머리를 끄덕이며 계백을 보았다.

“은솔, 나는 전쟁을 치러보지 못했다. 그대에게 맡긴다.”

“황공합니다.”

계백이 풍에게 머리를 숙여 보이고는 벽에 선 덕솔 국연에게 물었다.

“백제방 안에 병사가 몇이 있는가?”

“당장 전장(戰場)에 보낼 병사는 2백 남짓이오.”

“내가 3백을 데려왔으니 5백이야. 그만하면 되었다.”

그때 아베가 나섰다.

“은솔, 적은 박경의 6백에 김부성의 3백까지 9백이오. 지금 호족들에게 전령을 보내면 내일 오전까지 3천은 모을 수가 있습니다.”

계백의 시선을 받은 아베가 말을 이었다.

“그동안 아군은 백제방 안에서 방어를 하고 있는 것이 낫습니다.”

백제방의 청 안이다. 이곳 청은 사방 1백자(30m) 규모로 붉은색 기둥에 대황초를 여러개 붙여 놓았다. 왜 왕궁의 청에 뒤지지 않는다. 청 안에는 20여명의 무장과 백제방 관리가 모여 앉아 있었는데 상석에 앉은 풍왕자의 바로 앞에 계백이 자리잡고 있다. 그때 계백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이것 보게, 아베.”

“예, 은솔.”

“신라군이 자시에 온다니 내일 낮까지는 우리가 방어를 한다는 말인가?”

“예, 은솔. 그것이 안전합니다.”

“고맙네.”

숨을 들이켠 아베에게 계백이 말을 이었다.

“그대의 왕자 전하를 위한 충정은 천년이 지나도록 기록되게 하겠네.”

“은솔, 과분하오.”

아베가 큰 눈을 끔벅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베는 북규슈(北九世)의 호족으로 오래전부터 백제의 신민임을 자처했다. 충직한 데다 무용도 뛰어났기 때문에 풍은 왜인(倭人) 심복으로 삼아왔다. 다시 계백이 말을 이었다.

“나는 기마군 3백을 이끌고 지금 곧장 신라소를 치겠네. 정공법이지. 아베, 그대는 남은 2백을 모아 왕자 전하를 지키도록 하게.”

“예, 은솔.”

기세에 눌린 아베가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대답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계백이 웃음띤 얼굴로 풍을 보았다.

“전하, 입만 가지고 싸우는 김부성에게 대륙을 휘젓고 온 백제 기마군을 보여주고 오겠습니다.”

숨을 들이켜면서 풍이 머리만 끄덕였다. 계백을 따라 무장들이 일어섰기 때문에 대황초의 불꽃이 흔들렸다. 계백이 청을 나갔을 때 풍이 아베에게 말했다.

“아베, 이곳은 왜백제(倭百濟)다. 네 자손들에게도 대를 이어서 왜백제를 넘겨주어야 한다.”

풍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