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는 하셨나요’, ‘잘 먹고 잘살자’, ‘먹고사는 문제’. 위와 같은 말들은 우리 사회에서 으레 쓰이는 말이다. 인사를 통해 식사 여부를 물어보고,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말을 건넨다. 그 만큼 우리 삶에 ‘먹는 것’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 혹여 먹거리를 가지고 위법을 저질렀다는 뉴스를 볼 때면 많은 이들이 크게 분노한다. 먹거리는 국민의 건강이자 삶의 질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불량 급식, 계란 파동 등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감과 관심이 커지며 이를 계기로 먹거리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정책 패러다임도 전환되고 있다. 먹거리는 개인이 책임져야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하고, 지역공동체와 공공의 영역에서 함께 다루어야할 사회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제기된 해법이 공공의 영역에서 지역 먹거리가 선순환하는 공급 체계다. 이를 앞서 시행하고 있어 주목되는 곳이 완주군이다.
완주군은 주민의 먹거리를 시장 논리에 맡기지 않고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보장돼야 할 공공재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했다. 시장경제에서는 안전과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값싼 식재료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저가 농산물의 수입이 이어진다면 지역 농업의 붕괴가 우려됐다. 지속가능한 먹거리 선순환을 위해서는 공공에 의한 맞춤형 생산과 공급이 필요하다 인식했다. 수요에 따른 기획생산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농민도 안심하고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다.
완주군의 학교 급식을 한 예로 들어보자. 완주군은 지난 2015년 완주군수-완주교육장간 협약으로 로컬푸드 현물 지원을 본격적으로 시행해 (재)온고을로컬푸드공공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해 학교급식을 공급하고 있다.
급식지원센터는 완주군이 전북은행,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과 함께 출연한 공익형 비영리 재단법인이며. 이곳을 통해 지역 89개 유초중고교 1만8000여명의 학생들이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고 있다.
완주군의 학교급식 지역산 식재료 공급율은 농산물(쌀포함)의 경우 90%로 국내 유일무이한 점유율이다. 공공에서 공급하는 만큼 소비자는 안전성이 담보되고, 농민은 소득이 보장되며 지역주도의 일자리도 창출되는 선순환 체계다.
특히, 완주군은 지역의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지역의 공동체들이 안정적인 공급처로 조직돼 있으며, 학교, 어린이집 등 지역의 기관들이 공공영역에서 사회적 수요를 우선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현재는 임산부, 출산여성, 지역아동센터 등에도 지원기관과 연계해 과일과 같은 보충식품도 공급하고 있다.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유통 단계가 단축되어지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간 네트워크도 활발해졌다. 공공급식지원센터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완주 전역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실핏줄처럼 연계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형 시장을 구축했다. 이러한 지역 먹거리 소비는 공동체성을 강화시키고 지역 자본을 순환시켜, 여러 협동조합을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도 견인하고 있다.
현재 완주군에는 먹거리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는 전국의 지자체 방문과 정책 자문 등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만 정부 부처, 지자체 등 100여 개소 1500여명의 관계자들이 완주군을 방문했고, 지난 9월 이스라엘에서 열린 ‘밀라노 먹거리 협약 시상식(Milan Pact Award)에서는 완주군이 특별상을 수상해 세계 167개의 협약 도시에 완주군의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완주군은 앞으로 공공에서 지원하는 거의 모든 식품 지원 복지 사업에 지역 먹거리가 우선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공공급식 영역을 더욱 확대하고, 산간오지까지 청년보부상(로컬푸드 이동마켓)을 지원하는 등 먹거리 접근성을 더욱 높여 모든 주민에게 차별 없는 먹거리 복지 서비스를 지원하려고 사업을 구체화 하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의 가장 기본은 안전한 먹거리의 보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안전한 먹거리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약한 바 있으며, 국가와 지역 차원의 푸드플랜 수립도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서울시에 이어 경기도에서도 먹거리 기본권 보장을 선언했다. 각지에서 먹거리 문제 해결을 고심하고 있다. 지역의 먹거리의 해법, 완주에서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