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심치 않게 주변 사람들로부터 전주한옥마을 방문객들의 숫자가 줄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올해 극심했던 여름의 불볕더위로 전주를 찾는 관광객 숫자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측면도 있겠으나 여름이 지나고 여행하기 좋은 가을에도 회복세가 보이지 않는다니 원인을 찾고 대책을 모색하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사실 전주를 찾는 관광객 감소는 수년전부터 예견되었던 부분이다. 예전처럼 전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정작 전주에서는 숙박하지 않고 다른 도시로 떠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안타깝다. 전주를 찾는 여행객들의 상당수가 한옥마을을 끝으로 전주 여행을 마감하는 상황은 전주가 한옥마을 이상의 여행콘텐츠가 없거나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여행은 세대를 초월해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감을 얻어야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다.
태국 촌부리주의 작은 해양도시인 파타야는 이름 없는 작은 어촌에 불과하던 곳이었지만 1961년, 베트남전쟁의 휴가병들을 위한 휴양지로 개발되면서 아시아의 대표적인 휴양지가 됐다. 지금은 해마다 5백만 명이 넘는 해외 관광객들과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인파로 북적이는 관광도시가 되었으니 주목을 끌만하다.
지난여름 필자가 가족과 함께 찾았던 파타야는 특별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빼어났지만 여느 휴양지 부럽지 않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한 이 작은 섬도시의 여행은 매력적이었다. 특히 초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테마파크에서 우리는 아주 훌륭한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공간이 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즐겁고 신비한 체험을 할 수 있었던 증강현실, 트릭아트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7년 동안 문 닫고 방치되었던 나이트클럽을 활용, 지난 2013년 1200평 규모의 세계에서 가장 큰 증강현실-트릭아트 미술관으로 문을 열었다. 트릭아트미술관은 이후 태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그리고 최근에는 호주에도 설립돼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이들 미술관이 오랜 건물이나 폐공장을 허물지 않고 재생의 관점으로 접근해 예술가들이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였다는 사실이다.
전라남도 순천은 2017년부터 지역의 어린이와 전문가, 그리고 행정기관이 함께 손잡고 만든 신개념의 놀이터인 ‘기적의 놀이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 놀이터는 기존의 틀에 박힌 시설물에서 벗어나 자연소재를 사용해 어린이들에게 도전과 모험정신을 기를 수 있도록 조성된 것인데 개장 이후 전국 200여개의 기관 단체가 벤치마킹을 다녀가면서 시작과 함께 전국적 관광명소가 되었다. 순천시는 2020년까지 10개의 ‘기적의 놀이터’ 완성을 목표로 어린이와 부모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라니 이 또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파타야나 순천의 예를 보면서 문득 전주에는 진정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는가 묻게 된다.
사실 전주는 그 어느 도시보다도 풍부한 유형무형의 문화자산이 많다. 어린이를 위한 공공시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도 적지 않다. 전주시 팔복동의 폐공장 터와 철길을 보자. 이 공간을 활용하여 전주의 예술가들과 행정기관이 손을 잡고 ‘아트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어내면 어떨까. 전주만의 특색 있는 어린이 전용 쉼터와 놀이터는 전주시민 뿐 아니라 전주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도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전주가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들이 즐기고 의미 있는 여행지가 될 수 있으려면 전주만의 문화 벨트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편향된 콘텐츠와 다양함의 부재는 건강한 여행문화를 만들어 나가려는 전주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친구들과 가족들과 전주를 찾은 여행객들이 하루 더 머물다 가고 싶은 전주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전주는 콘텐츠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하는 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