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도시, 두바이와 더블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이승훈 국민연금공단 미래혁신기획단

영국 런던은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 최고의 국제금융도시이다. 아시아에는 홍콩과 싱가포르가 그 명성을 누린다. 이 도시들의 위상은 풍부한 비즈니스 기회, 영미식 법률, 영어통용 등 다른 도시에 비해 국제금융 중심지로서의 조건이 압도적으로 잘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을 뛰어넘어 글로벌 금융을 주도하는 국제금융도시가 있다. 두바이와 더블린이다. 이들 정부는 외국기업들이 편히 활동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만들었다.

버즈 칼리파, 두바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높이가 무려 829미터다. 우리나라 롯데월드타워의 1.5배에 달한다. 이 빌딩에 올라가 시내를 내려다보면 사막위에 건설된 두바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빌딩숲이 끝나는 지점부터 다시 황량한 사막이 펼쳐진다. 이렇게 건설된 빌딩숲 한가운데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ubai International Financial Center)가 서있다. 예로부터 동아시아 무역의 중심지였던 두바이를 금융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만든 랜드마크 빌딩이다. 현재 이 건물에는 2000개가 넘는 금융회사와 2만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 이토록 거대한 국제금융도시를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정부는 2004년 두바이 금융센터를 금융자유지역(financial free zone)으로 지정했다. 센터 안에 있는 금융회사들은 내국인이 지분 50%를 소유해야 하는 규정도 면제받는다. 금융분쟁도 두바이법 대신 국제법을 적용하고 자체 법원도 두고 있다. 외국계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파격적인 규제개혁인 것이다.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국제학교, 문화시설, 병원 등을 잘 갖추었다.

또 하나의 국제금융도시 아일랜드 더블린은 영국 런던에 가려진 작은 도시이다. 목축업의 비중이 높고 기네스맥주로 유명하다. 세계 최고 금융도시 런던이 가까이 있어 이들에게 금융도시는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리적으로 유럽의 서쪽 끝에 자리하여 미국과 가장 가깝고 영어권 국가라는 점에 주목했다. 금융과 기술의 변화를 발 빠르게 받아들여 자산운용의 후선업무(back-office)와 핀테크 중심의 금융도시로 발전시켰다. 실제로 Stripe, Mastercard, Jpmorgan 등 세계적인 금융회사는 물론 구글,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 IT 본사가 더블린에 대거 몰려있다.

우리나라도 국제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2009년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지구를 국제금융중심지로 지정했다. 이어 전라북도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을 계기로 연기금·농생명산업 중심의 동북아 금융허브로 비전을 마련하고 제3의 금융도시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금융 산업뿐만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최근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이슈화되면서 논쟁의 주인공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등장한다. 해외언론까지 동원하여 기금운용본부 전주이전을 논두렁 공단, 돼지 분뇨 냄새, 코리아 패싱 등 선정적인 용어로 지면을 오염시키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제 CIO 공석, 수익률 악화, 운용인력 이탈과 같은 낡은 프레임으로 기금운용본부 전주 정착을 흔들지 말자. 정부와 지자체, 이전 공공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거시적 안목으로 두바이와 더블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