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알알이 농부의 땀방울이라네

김윤세 인산가 회장·전주대 경영행정대학원 객원 교수

김윤세 인산가 회장·전주대 경영행정대학원 객원 교수

온갖 매스미디어이 보도와 발표에 의해 식품 안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국민들의 반응은 “이러다가는 그 어떤 식품도 믿고 먹을 것이 없게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와 분노를 표출하곤 한다. 아울러 좋은 식재료를 엄선하여 정성껏 식품을 제조해온, 참으로 아무 죄 없는 식품제조업자들까지 의심스런 눈으로 보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들의 식탁에 오르는 안전하지 못한 식품들이 더러 있다고 해서 우리가 먹는 다른 모든 식품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까지 잊어서는 안 될 터임에도 사정은 우려스럽기 그지없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식품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과 대비는 더없이 중요한 사안이지만 반면 가정이나 학교 등 어느 누구도 식품에 대한 중요성과 그 식품이 나오기까지의 전 과정에 깃들어 있는 여러 사람들의 땀과 노고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을 표하는 기본적인 도리(道理)를 가르치지 않아도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일상의 식탁에서 우리가 먹을 곡식과 채소 등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기꺼이 수고를 아끼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오랜 미풍양속(美風良俗)은 실종된 지 오래고 농사짓거나 식품을 제조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不信)에서 야기된 ‘음식 타박’만이 성행하는 우리네 식사풍토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과거 오랜 옛적부터 우리 조상들은 대대로 산야나 들에서 넉넉하지 못한 먹을거리를 준비하여 다 같이 정겹게 둘러앉아 먹을 때에도 농사짓는 법을 처음 가르쳐주었다는 단군(檀君)시절의 농림장관 격에 해당하는 고(高)씨에게 “고시레”하면서 늘 먼저 감사의 마음을 표하곤 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이에 반하여 요즘의 아이들은 농사지은 사람들의 노고는 고사하고 아버지가 직장에서 힘들여 번 돈으로 먹을거리를 구입하여 어머니가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어 제공해도 그 누구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갖는 법 없이 당연한 것이고 타박 없이 잘 먹어주는 것만 해도 부모가 도리어 고마워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풍토로 변모했다.

먹을거리가 풍부하여 배부르고 등 따신 세상이다 보니 그저 부모들은 아이들이 잘 먹고 탈 없이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길 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미래 세상의 주인공들에게 음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기본자세를 가르치는 것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안이라 하겠다.

김매는데 해가 중천에 이르니/땀방울 벼 포기 아래 흙에 떨어지네/그 누가 소반 가운데의 밥이/알알이 농부의 땀방울임을 알려나…(鋤禾日當午,汗滴禾下土,誰知盤中?,粒粒皆辛苦)

농부들의 농사짓는 수고로움에 대해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잘 표현한 당나라 시인 이신(李紳,772?~846)의 ‘민농(憫農)’이라는 이 시(고문진보 전편)는 요즘처럼 풍요로움을 구가하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농부들의 괴로움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본다.

결실의 계절, 수확의 계절을 맞아 인류의 생명 유지와 건강 보전에 더없이 중요한 생명자원에 해당하는 농림축수산물을 재배 생산하거나 그 재료들을 이용해 식품을 만드는 식품 제조인 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아울러 그 귀중한 생명자원인 음식물을 남겨 버림으로써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막대한 국가예산을 허비하는 악순환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