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문 닫겠다”vs“아이들 볼모 협박”…극한으로 치달은 ‘사립유치원 감사 공개’

전주 2곳·익산 1곳 폐원 문의…원장들 “사명감으로 일했지만 낙인에 좌절”
전주 3곳도 폐원 계획 중, 일부 유치원은 학부모 대상 ‘내년 등원 여부’ 집계
“한꺼번에 묻 닫으면 당장 어디로 보내나” 전북 학부모들 ‘노심초사’
전북교육청 “강경대응…규정상 교사·원생 위한 대책 있어야 폐원 가능”

지난 25일 전국적으로 공·사립유치원 감사 전체 결과가 공개되면서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의 강경한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에 일부 사립유치원은 폐·휴원을 선언하며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도 폐원 소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27일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들어온 사립유치원 폐원 문의 건수는 6건(전주 4·익산 2)이다. 이 중 전주 2곳·익산 1곳 등 3곳은 폐원을 결정하고, 절차를 문의했다고 한다.

게다가 전주의 또 다른 사립유치원 3곳은 교육청에는 알리지 않았지만 원생 부모들에게 폐원을 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리 명단에 오른 도내 사립유치원 중 일부는 내년 등원 여부를 파악하는 수요조사도 벌이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문의받은 유치원의 폐원 이유가 감사 결과 공개와 관련이 적다고 밝혔지만, 전주 사립유치원 업계는 “이번 파문이 유치원 업계의 운영 의지를 꺾었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에 폐원을 문의한 전주 A유치원 역시 고령의 원장이 유치원 운영을 힘들어하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이번 사태로 인해 상처를 받고 문을 닫기로 했다는 게 해당 시설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 다른 곳의 원장은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도 우리에게는 실효성이 없다. 폐원 외에는 방법이 없는 극한에 몰려 있다”고 토로했다.

유치원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이번 사태에 분노하면서도 행여 자녀들이 피해를 볼까 불안에 떨고 있다. 문제가 된 유치원들이 오히려 아이들을 볼모로 협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치원으로부터 내년 폐원을 통보받은 전주의 한 학부모는 “당장 다른 데로 옮기기도 쉽지 않고, 또 옮긴 곳이 나중에 비리 유치원으로 밝혀질까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걱정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전북 학부모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정보 공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본인이 사는 지역 사립유치원의 폐원 여부와 근황, 학부모들의 입소문, 대책 등의 정보를 교류하는 글과 댓글이 100여 건에 달하고 있다.

전북 맘카페의 한 작성자는 “전주에서 올해까지만 한다고 공문 돌린 곳만 여러 곳”이라며 “아이를 볼모로 학부모 겁주기 하는 건지, 본인들이 뭔가 찔리는 게 있는 것인지, 여러 곳이 한꺼번에 문을 닫으면 아이들이 어디까지 내몰리게 될지 너무 속상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많이 오고 있는데 만약 사립유치원이 이번 감사 공개로 인해 폐원한다면 교육부 방침에 따라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28일 유치원이 학부모 사전동의·협의 없이 원아모집을 중단하거나 폐원하지 못하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방적인 집단휴업, 원아모집 보류 등은 행정지도 또는 처분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