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봉동 ‘생강골 옹달샘’은 마르지 않아요"

뒤주 쌀 어려운 이웃 자유롭게 퍼가도록 운영
읍사무소 내부로 이전 설치해 계속 운영

연말이 다가오면 이웃 나눔의 가치가 새삼스럽다. 주변에 요리집, 빌딩, 자동차가 번들거려 모두가 배부르게 먹고 사는 것 같지만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삶이 팍팍한 이웃이 적지 않은 탓이다.

이런 현실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보고자 완주군 봉동읍 주민들이 올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나눔 사업이 있다. 봉동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위원장 이영순)가 지난 2월 봉동읍사무소와 봉동농협에 쌀 뒤주를 설치한 ‘생강골 옹달샘’ 사업이다. 그림자 뒤의 그림자, 여전히 쌀 한 종지조차도 아쉬워 하며 살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한 뒤주다. 매년 풍년이지만 쌀이 부족한 사람이 한둘인가. 봉동 주민이면서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이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안내문과 함께 비닐봉지도 비치됐다.

그런 기대에 부응, 옹달샘은 인기 만점이었다. 뒤주에는 한 번에 쌀 40㎏이 채워지는데, 금방 동났다. 그러면 각계각층에서 쌀을 채워 넣었고, 또 이웃 누군가가 쌀을 퍼갔다. 그동안 200㎏ 넘는 쌀이 옹달샘을 찾은 어려운 사슴에게 돌아갔다.

그러던 어느날, 옹달샘 관리자들에게 의문이 생겼다. 뒤주 쌀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해 쌀 한 포대를 부어놓으면 저녁시간도 안돼 소진되기 일쑤였다. 어려운 이웃이 가져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만일 얄밉게도 늑대 몇이 많은 쌀을 집중적으로 가져간다면 진짜 쌀이 필요한 사슴에게 돌아갈 몫은 없다. 혹시 늑대가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 멀리 전주에 사는 사람 등 특정인들이 지속적으로 많은 양의 쌀을 퍼가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생강골 옹달샘 뒤주 2개 모두 설치된 지 9개월 만에 봉동읍사무소 1층 안으로 이전 설치됐다. 뒤주는 안정됐지만 웬지 씁쓸함이 감돈다. 그렇지만 옹달샘은 옹달샘으로 여전히 봉동 주민 곁에 있다.

최충식 봉동읍장은 “뒤주를 건물 내부로 이전한 후 꼭 필요한 분들이 쌀을 가져가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초 취지가 퇴색했지만 생강골 옹달샘은 여전히 어려운 이웃에게 친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