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겨울과 불

유우종 군산소방서장

사람마다 불에 대한 추억과 느낌이 있다.

어머니가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던 아궁이, 쇠죽을 쑤던 아궁이, 군불을 때던 아궁이, 여기에는 모두 불이 있었다.

아궁이에 갇혀 그 용도대로 사용되는 불은 안전하고 고마운 불이다.

그러나 사람이 잠시 한눈을 파는 순간 불은 제멋대로 움직인다.

불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가연물과 산소, 그리고 점화원이 있으면 연소 현상이 발생하고 불은 그 힘을 끝없이 팽창시키려 한다.

부모님은 불을 아궁이속에 가두고 잘 다루어서 요긴하게 사용했지만, 우리가 불의 속성을 모르고 잠시 방심하면 소중한 보금자리와 재산을 순식간에 태워버릴 수 있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기름, 전기, 가스, 금속, 자동차, 선박은 물론 심지어 곡물가루에서도 화재와 폭발이 일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콘센트를 생각해보자. 하나의 콘센트에 전기제품 하나만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컴퓨터, 모니터, 스피커, TV, 전기매트, 냉장고, 핸드폰충전기, 냉온수기 등 여러 제품이 콘센트에서 전기를 공급받는다.

하나의 콘센트에 많은 플러그를 연결하여 전기를 사용하는 것인데 이를 ‘문어발식 콘센트’라고 한다.

전기의 공급량에 비해 수요가 허용한계를 넘어서면 열이 발생하고 결국 화재로 이어지게 된다.

곤히 자고 있는 심야에 발생한 화재는 유독가스를 발생하고 주변의 가연물로 조용히 옮겨 붙는다.

이런 화재를 경험하면 불이 더 이상 낭만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매사에 주의를 기울이고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불이다.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재난에 대한 조심성은 일상생활에서 습관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극장이나 음식점을 갔을 때 비상구와 소화기가 어디에 있는지 미리 살펴보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

미리 살펴보고 마인드 콘트롤(mind control) 한 사람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패닉(panic, 공포와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초두난액(焦頭爛額)이란 고사가 있다.

머리를 태우고 이마를 데어가며 불을 끈다는 뜻으로 어려운 일을 당하여 몹시 애쓰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중국 서한 선제 때 어떤 사람이 집을 수리하면서 굴뚝과 아궁이가 일직선이 되도록 만들고 옆에 땔감을 쌓아두었다.

이를 본 사람이 자칫하면 불이 옮겨 붙을 수 있다고 충고했으나 설마 하는 마음에 따르지 않았다.

훗날 집에 불이 났고 이웃들이 달려들어 간신히 불을 껐다. 주인은 머리가 타고 이마를 데인 사람들을 윗자리로 모시고 후하게 대접하면서도 충고했던 사람에게는 술 한 잔 대접하지 않았다.

선제에게 올린 상소문에 이것이 비유적으로 실려 있는데, 어떤 일이 벌어진 후에야 야단법석을 떠는 것 보다 미리 사태를 예견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함을 꼬집었던 것이다.

이제 날씨가 쌀쌀해지면 아랫목이 그리워지고 불의 사용이 늘어나게 된다. 아무쪼록 올 겨울에는 화재예방과 불의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서 어두운 밤, 소방차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거리를 질주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