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은 가까운 거리만큼 배우와 관객이 주고받는 교감이 크다. 이 교감은 침묵에 귀 기울이고, 여백에 눈 맞추게 한다.
소극장을 무대로 한 ‘제26회 전북소극장연극제’가 이달 2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전주 창작소극장, 익산 아르케소극장에서 열린다. 올해는 극단 까치동, 극단 자루, 극단 작은소리와동작, 창작극회 등 전북 극단 4개가 참여한다. 제주도 극단도 초청했다.
이전에 비해 전북소극장연극제에 참가하는 극단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아쉽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 작품들이 올려진다.
극단 까치동의 ‘추파를 던지다’(11월 21~30일 익산 아르케소극장)는 결혼 적령기 남녀의 만남을 다룬다. 극단 까치동 전춘근 대표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적막하게 하는 것도 사랑”이라며 “춥고 어두운 현실 속, 우리에겐 난로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극단 자루는 ‘편지’(12월 7~16일 아르케소극장)를 통해 바쁜 일상을 핑계로 우리가 놓치고, 잊고 지낸 것들에 대해 말한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앙숙처럼 살아가는 엄마와 아들이 주인공. 두 명의 배우가 열연한다. 연출가 채유니 씨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라며 “이 작품을 통해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건넬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창작극회는 일본 희곡작가 오가와 미레이의 작품 ‘콩나물의 노래’(12월 14~23일 전주 창작소극장)를 새롭게 번역·각색했다. 급격히 변화하는 세상에서 가업을 이어가는 만수를 통해 일과 사랑, 가족, 이웃 등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곱씹는다. 연출을 맡은 홍석찬 씨는 “오가와 미레이의 희곡은 소소한 일상 모습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를 관조하듯 묻는다”며 “번안 과정에 전주의 특징을 보충했다. 인생의 진가를 묻는 본질이 손상되지 않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극단 작은소리와동작은 소극장과 함께한 지난 12년의 세월을 반추하는 의미로 작품을 기획했다. 아르케소극장 매각으로 아지트와 같았던 공간을 떠나야 하기 때문. 그래서 극단의 주요 작품을 엮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안녕, 우리들의 아지트’(12월 21~30일 아르케소극장)를 완성했다. 함께 호흡했던 11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각색·연출을 맡은 한유경 씨는 “‘아빠는 새가 아니다’, ‘경로당 폰팅 사건’, ‘할머니의 레시피’ 등 인기 작품의 핵심 장면을 통해 우리 아지트인 아르케소극장에서의 추억을 되짚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 제주도 극단 세이레를 초청해 일본 희곡작가 시미즈 쿠니오의 작품 ‘분장실’(12월 2일 창작소극장)을 올린다.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인간의 잠재된 욕망을 절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