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트램 선정 평가기준과 설명회에서 확실하게 느낀 건 수도권 지역 자치단체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미 짜여진 판에 자칫 들러리로 전락할 수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전주시와 익산시 관계자)
“특정 지자체를 위한 사업이 아니다. 전주의 경우 과거 트램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경전철을 전국 최초로 시도한 도시다. 충분한 역량이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트램 사업을 위한 꼭 필요한 요소를 제시했을 뿐이다.”(한국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는 국내 첫 트램(노면전차) 타이틀을 놓고 전국 지자체 간 물밑 기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수원과 성남 등 수도권 특정 도시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전주시와 익산시에 따르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무가선 저상트램 실증노선 사업에 전주와 익산, 수원·성남·안산 등 기초지자체를 비롯해 강원·부산·대전 등 23개 자치단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가선 저상트램은 기존 가선(전차선) 방식과 달리 대용량 배터리를 이용해 무가선 구간에서도 운행이 가능하도록 개발된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전주와 익산시는 다음 달 14일까지 접수하는 공모 제안서의 제출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매칭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돼 좋은 배점을 받기 위해서는 최대 400억가량의 지방비를 투입해야 하며 이후 노선 유지·관리비 등 천문학적 추가비용을 모두 해당 지자체가 떠안아야 하는 방식 때문이다.
또 1차 사업자 선정 배점표를 보면 재정자립도, 최근 5년간 트램 관련 사업 추진현황, 도시철도망(전철) 구축계획 등 그동안 트램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거나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게는 극히 불리한 평가 기준이다.
특히 트램 도입을 위해 타당성 용역 등을 마친 수원과 성남은 이번 공모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기본계획을 갖췄다.
전주시 관계자는 “관심은 가지만 배점표만 보면 지방 중소도시보다 수도권 지자체가 월등히 유리하다”며 “관련 전문가 등과 사업제안서 제출 여부를 좀 더 면밀히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여러 루트를 통해 철도기술연구원과 다른 지자체 동향을 듣고 있다”며 “지방 도시가 불리한 조건에 놓인 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당초 전주시는 복선 1km 이상으로 개설될 트램 구간으로 전주 한옥마을 일대를 우선순위에 뒀다.
실제 상용화를 목적으로 실증노선을 구축하는 이번 사업은 과제 종료 후 해당 지자체에 사업을 이관해 상용 노선으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국내 1호 트램’이란 타이틀도 거머쥘 수 있다.
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국내에 처음으로 트램을 도입하는 사업인 만큼, 실행력과 함께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토대를 갖췄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전주는 과거 경전철을 시도할 정도로 충분한 역량을 갖춘 곳이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기술연구원은 지자체 제안서에 대한 심사를 거쳐 내년 2~3월에 최종 사업자를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