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군 무풍면 서경덕 씨, 장학금 1000만 원 기탁

“백발노인이 돼 갚습니다”
가난 속에서 키웠던 3형제도 장학금 받으며 공부해

“젊은 시절 먹고 살기도 힘들 때 주변의 도움을 받아 내 새끼들 학교교육을 마치게 했습니다. 그 고마움을 백발이 다 돼서야 갚으러 왔구먼요”

지난 19일 무주군 무풍면 무풍장학회(회장 이대석) 사무실 문이 열리고 들어선 등 굽은 노인은 신문지로 켜켜이 싼 뭉칫돈 한 다발을 꺼내 건넸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꿋꿋하게 공부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이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내편이 많다는 걸 기억하면서 내 고향, 내 이웃을 위해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서정덕 할아버지(86·무풍면 지성리 부등마을). 그는 “담배농사 지으면서 어렵게 살 때 고맙게도 아들 3형제가 모두 장학금 혜택을 받았었다”며 “애들이 무풍 초·중학교 다닐 때였는데 학비 때문에 학교를 그만둘 뻔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잘 자란 아이들은 기업간부로, 은행지점장으로, 회사원으로 평범하지만 다들 제몫을 하는 사람들로 성장을 했다”며 “늦었지만 어려울 때 받았던 사랑, 고마움을 보답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도 했다.

서 할아버지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에서 농사를 짓다가 1979년 서울로 상경, 교회건물관리 일을 하면서 어렵게 자식들을 대학공부까지 시켰으며 장성한 자식들을 사회로 내보내고는 1999년 귀향했다.

귀향 후 벼농사와 사과농사를 지어온 그는 현재 기력이 약해져 농지를 임대 준 상태며 그간 틈틈이 저축해 왔던 1000만 원을 이날 무풍장학회 측에 기탁한 것이다.

무풍장학회 이대석 회장은 “어르신의 땀이 베인 돈과 함께 신문지에 꽁꽁 싸들고 오셨던 마음을 우리 아이들이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잘 쓰겠다”라고 전했다.

“기념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자”는 이대석 회장의 제안에 연거푸 손사래를 치며 발걸음을 재촉하는 서 할아버지의 등 뒤로 세상 따뜻함이 묻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