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 기름을 짜는 방앗간을 세웠다. 18평 규모의 조그마한 방앗간이지만, 이 곳에서 짜낸 참기름과 들기름으로 강남 주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한 발 더 나아가 뉴욕에도 진출, 입맛 까다로운 뉴욕커들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서울 강남 역삼동에 ‘방앗간’을 세우고 참기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주)쿠엔즈버킷 박정용(50) 대표. 방앗간은 도심에 어울릴 정도로 깨끗하고 고급스럽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위해 ‘생산 시설은 소비자의 거주지역 내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도심 방앗간을 구상했다는 박 대표는 이 곳에서 전에 없던 기름을 짜낸다.
기존 방식이 고온(270℃ 이상)에서 참깨를 볶고 압착해 기름을 짜낸데 반해 박 대표는 저온(140℃ 이하)에서 볶고 짜낸다. 고온압착방식은 고온에서 볶을 때 참깨 내부의 섬유질이 쉽게 분해돼 더 많은 양의 기름을 짤 수 있지만 불포화지방산, 오메가3 지방산, 올레인산 등 참깨 본연의 영양소가 파괴되는 문제가 있다.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생성되기도 한다.
“참깨 고유의 성질이 그대로 기름에 담기게 하자는 생각이었죠. 또 기름을 조미료가 아닌 건강한 천연식품으로 먹기 위해 새로운 착유법이 필요했습니다.”
박 대표가 저온압착방식을 도입한 이유다.
저온압착으로 짜낸 참기름은 기존에 비해 향이 강하진 않다. 그러나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맛으로 각종 요리에 어울려, 샐러드 및 페스토 소스로 사용되는 등 올리브유 대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미국 뉴욕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인 ‘다니엘(Daniel)’과 1스타인 ‘바타드(Batard)에서는 박 대표의 참기름·들기름을 식재료 리스트로 올리거나, 사용한 요리를 선보였다. 국내에선 이미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신세계백화점의 프리미엄 식품관에 입점했다.
품질을 위해 원료부터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박 대표는 “국산 종자를 계약 농가들에 보급해 꼼꼼한 재배관리 및 수매를 한다”고 말했다. 참깨는 고향(고창중고 졸)인 고창과 부안, 들깨는 강원도 홍천과 충북 제천산을 쓴다.
그 덕분에 쿠엔즈버킷은 매년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11억 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는 20억 원을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재는 ‘프리미엄 오일’이라고 하면 올리브유를 떠올리지만, 앞으로는 참기름·들기름을 떠올리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