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백제] (231) 12장 무신(武神) 7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그 시간에 백제왕 의자는 왜국의 백제방주 풍 왕자가 보낸 사신을 맞고 있다. 왕자 풍은 의자의 동생이니 형제간이 본국과 속국을 지배하는 셈이다. 의자는 동생 풍과 우애가 깊어서 부친 무왕(武王)의 칭찬을 받아왔다. 사신은 풍의 중신(重臣) 덕솔 백종이다. 풍이 직접 쓴 서신을 읽고난 의자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의자가 서신을 먼저 병관좌평이며 대좌평인 성충에게 건네주면서 백종에게 물었다.

“이곳에서도 소문을 들었다. 무역선 선장들이 퍼뜨린 소문은 이미 남방(南方)으로도 번져나갔을 것이다.”

백제(百濟)는 백가제해(百家濟海)의 줄임말이니 수많은 무역선단을 이끌고 대륙과 남방, 인도를 넘어 서쪽으로 해양 진출을 해왔다. 그래서 백제는 대륙과 서쪽에 22개의 속령인 담로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왜국도 담로중의 하나다. 그때 서신을 다 읽은 성충이 웃음띤 얼굴로 말했다.

“대왕, 계백이 무신(武神)으로 명성을 떨친다니 대왕께선 무신을 거느린 천신(天神)이 되셨습니다.”

“옳지.”

의자가 소리내어 웃었다.

“좌평, 그대는 무신을 지휘하는 병관무신(兵官武神)이냐?”

청안에 가득 모인 신하들 사이에서 웃음이 일어났다. 도성의 청은 웅장하다. 왕좌에 앉은 의자의 모습에서는 저절로 위엄이 풍겨져 나온다. 의자는 영명한 군주다. 나이 40이 넘어서 즉위한 터라 태자 시절부터 겪은 국정을 바로 실천할 수 있었다. 그때 성충이 말했다.

“대왕, 이곳 도성에 계백의 처자가 있습니다. 계백이 왜국 영주가 되었으니 처자를 보내 주시지요.”

“계백이 처자를 두고 갔구나.”

의자가 머리를 끄덕이더니 잠깐 성충을 보았다.

그러더니 백종에게 물었다.

“계백이 왜국에서 소실을 두었느냐?”

“예, 대왕.”

“당연한 일이지요.”

성충이 거들었다.

“영지 네곳을 획득했으니 전(前) 영주의 처첩은 당연히 전리품이 됩니다.

“으음, 좌평도 계백이 부러운 모양이구나.”

“예, 부럽습니다. 대왕.”

다시 청에 웃음이 일어났을 때 의자가 정색하고 말했다.

“계백의 처자는 이곳에 두어라.”

“예, 대왕.”

머리를 숙여보인 성충이 의자를 보았다.

“계백을 부르실 계획이십니까?”

“아직 아니다.”

의자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필요하면 부르겠다.”

“대왕, 계백이 공을 크게 세우고 있으니 품위를 올려 주시지요.”

성충이 말하자 의자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지, 계백에게 달솔 품위를 하사한다.”

“계백을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다.”

성충이 말하자 백관들이 입을 모아 소리쳤다.

“황공합니다.”

의자가 백종에게 말했다.

“계백에게 줄 관복과 관을 가져가라.”

“예, 대왕.”

“왜국 소실들 한테서 자식을 많이 낳으라고 전해라.”

“예, 대왕.”

“백제계가 왜국으로 건너가 백가제해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 곧 신라를 합병하고나면 더 큰 세상으로 뻗어나가야 될 것이다.”

“예, 대왕.”

대답을 백종이 했지만 백관들도 듣는다.

왕국에도 기세(氣勢)가 있다. 백제 왕국 왕궁의 기세는 가히 하늘을 찌를 것 같다.

바로 백가제해(百家濟海)의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