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사형제 폐지, 논의할 때가 됐다.”
검사 출신 부장판사가 군산주점 방화범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종신형제 도입‘을 거론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 이기선 부장판사는 29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선원 이모씨(55)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과정에서 종신형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형제 폐지에 대한 담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검사 출신으로 경력 판사가 된 그는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춰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판시 중 ’종신제‘에 대한 소신을 표명냈다.
이 판사는 “검찰의 이번 사건에 대한 사형 구형에 대해 수긍이 되지만, 우리나라는 20년 이상 집행이 없어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앞으로도 집행 현실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반인륜 범죄에 엄중한 책임을 묻고 우리 사회와 그 구성원의 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인간 생명이라는 존엄한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가석방이 불가능한 종신형 도입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현행 무기징역은 감형·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에서의 완벽한 격리’로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에선 61명이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 20년 넘게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사형집행 정지 상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세계사형폐지의날을 맞아 20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신형을 도입할 경우, 10명 중 7명꼴로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우호적이지만, 한 사람을 평생 가둬놓는 종신형 역시 헌법이 보장한 신체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