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주말치고는 이른 시간 옥상을 청소하기 위해 빗자루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 간다. 분주히 옥상을 청소하는게 거슬렸는지 아침 일찍 방문한 페인트공의 초인종 소리에 잠이 달아 났는지, 자고 있던 식구들이 하나 둘 각자의 방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한명은 잠이 깬 김에 부엌과 거실을 청소하고, 또 한명은 옥상을 혼자 청소하는 것이 힘들어 보였는지, 빗자루를 챙겨 옥상에 온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실내 청소를 마친 사람, 이제야 잠이 깬 사람도 각자 빗자루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온다. 낮 일정이 있는 나는 서둘러 오늘 집에 있을 다른 식구에게 페인트칠 공사를 잘 봐달라고 부탁하고 나갈 채비를 한다.
일찍 집을 나서, 행사에 맞춰 전주에 온 친구와 함께, 먹음직스런 요리와 시원한 맥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1시 달팽이집 사례를 이야기 하는 발제 준비를 한다. 달팽이집이나 사회주택이 궁금한 분들이 삼삼오오 모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정해진 시간을 조금 넘긴다. 이후 관심있는 강의를 듣고, 동료들과 전주시의 차없은 거리 행사장을 방문하여, 아는 분들과 인사하고 행사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3일간 바빴던 외부 활동을 마치고, 다시 달팽이집으로 들어간다. 옷을 갈아입고 부엌에 가니, 오전에 페인트칠 공사를 부탁했던 식구에게 페인트칠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진행과정에 어떤 일들을 조정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다.
샤워를 하고 부엌에 다시 오니 2층에서 쉬고 있던 식구가 내려와 저녁을 먹고 있다. 저녁을 먹을 생각은 없었는데, 괜히 먹는 모습을 보니 식욕이 생긴다. 대충 내가 먹을 밥과 수저만 챙겨서 식사에 합류하여, 예전 기숙사 생활의 불편했던 이야기, 요즘 직장 생활에 생겨나는 이야기를 주제로 대화를 한다.
영화제작 수업의 시나리오를 쓰던 친구는 조언을 구하기 위해 2층에 쉬던 식구들 데려와 시나리오에 대해 이것 저것 질문하고 수정해 나간다. 그 와중에 서울방문 일정이 있는 식구는 갔다와서 보자며 인사를 나눈다. 인사를 나누는 중에 조만간 있을 반상회 전달사항을 혹시 잊을세라 나가는 식구에게 전달한다.
이후 전날 있었던 함께채움 세미나 이야기한다. 서로의 토론내용을 이야기하며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대화한다. 포럼이란 공식행사에 직접 참여하면서 본인들이 처한 현실의 무게와 행정의 결정권자들이 생각한 무게가 많이 다름을 인지했는지, 앞으로 지역 청년의 주거 상황을 알리고, 주거환경을 개선시키는 일에는 반드시 참여하겠다고 의지를 보인다. 어느덧 밤 10시가 다 되어가고 한 식구가 요즘 새로 만든 레시피라며 바나나와 유자차를 갈아만든 주스를 해준다. 3일동안 피곤했던 난 주스를 마시고 일찍 잠이 든다.
글을 쓰는 지금, 어제의 일상을 적어본다. 달팽이집 일상속에서 살림을 나누는 모습에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 그리고 달팽이집이란 공간을 소중하게 여김을 느낄 수 있다. 달팽이집을 통해 안전을 느낀 청년들이 바깥에 나가서는 마치 유능한 영업사원처럼 달팽이집을 홍보하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다른 청년들도 안전한 공간에 살고 싶음 바람에 토론회 같은 자리에 자기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자신의 충족을 통해 다른 이들도 충족했으면 하는 마음, 앞으로의 달팽이집의 생활도 자신과 타인을 만족시키는 삶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