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노인은 많아도 어른이 없다보니까 무슨 일이 생길때마다 여론형성이 제대로 안된다. 사실 좁은 지역사회에서 어른 역할 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공사 구분을 잘 하면서 처신을 올바르게 해온 사람이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베품과 나눔을 잘 해온 덕 있는 사람을 어른이라고 칭할 수 있다. 물질적 기준은 아니더라도 정신적으로 덕망을 쌓은 사람이면 당연히 추앙 받아야 할 것이다. 그간 전북에다가 뿌리를 박고 살아오면서 흠 없이 살아오기란 쉽지 않다. 물질의 유혹과 명예욕에 빠질 수 있어 자신의 이름 석자를 온전하게 지켜온 사람은 그리 많치 않다. 누구나 자신 앞에 큰 감 놓고 싶지 멀리하기가 쉽지 않다.
예전보다 물질위주의 가치관과 개인주의가 팽배하면서 지역사회 인심이 더 팍팍해졌다. 산업화가 미진했을 때만해도 순수함과 낭만이 있었다. 존경받는 어른이 있어 방풍림과 사회 안전핀 역할을 했다. 지역에 무슨 큰 일이 생겨도 알게 모르게 어른들이 나서서 해결하는 소방수 역할을 했다. 서로간에 콩 한조각이라도 나눠 먹을려는 맘들이 있었다. 비교적 형 동생간에 의리도 지켜졌다. 막상 끼니 끓일 것이 없어도 째째하게 놀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허세만 부린 것은 아니었다. 때로 의리가 지켜지지 않고 뒤틀렸을 때는 OK목장의 결투처럼 정의의 주먹을 날렸다. 비겁하게 뒤통수 치거나 야비하게 해코지 같은 짓은 안했다. 그 때 그 시절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먹고사는 것도 큰 차이가 나질 않았다.
지금은 어떠한가. 인격과 품격을 떠나서 돈격이 따로 있을 정도로 돈에 맥 못추는 사회가 돼버렸다. 돈에 웃고 우는 사회가 됐다. 지금은 오직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이다. 경쟁이 치열하면서 그 좋았던 인심은 오 간데 없고 남 잘되는 꼴 못보는 몹쓸병이 생겼다. 돈이 돌지 않고 먹고 살기가 각박해지면서 진정과 투서가 많아졌다. 너무 건강성이 악화됐다. 어른이나 아들이 구분되지 않고 목소리 큰 사람이 판치는 세상이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난다.
전주한옥마을이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서서히 그 기운이 빠져가는 모습이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이 마땅하게 없기 때문이다. 파이를 키워 나갈려고 공동으로 노력은 않고 자신만 은근슬쩍 먹어 치우려다가 체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아직도 단체장 주변에서 아부하는 유지들이 많다. 또 복지부동형 공직자가 많다. 그간 전북사회를 이끌어왔던 나이든 세대들은 2선으로 빠지고 그들이 가졌던 경험과 지혜를 젊은층에게 줘서 전북사회를 역동성 있게 만들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세대교체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다보니까 지역사회가 무기력하며 동력이 약화됐다. 이제는 누구나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통섭의 시대로 세상이 변한 만큼 선배들이 어른으로 남아 존경 받으려면 후배들한테 기회를 줘야 한다. 새시대가 왔는데도 아직도 전북은 변화하지 않고 요지경속이다. 계속 이대로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