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남FC와 K리그1 최종전을 마친 뒤 이동국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며 최강희 감독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최강희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열린 고별행사에서 선수를 한 명씩 안아줬다. 선수 중 마지막으로 이동국을 껴안자 서로의 얼굴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두 남자의 눈물이 전광판에 비추자, 참아왔던 눈물을 쏟는 팬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이별에는 그만큼 의미가 컸다.
이동국에게는 자신의 선수 인생을 바꿔놓은 지도자가 바로 최강희 감독이기 때문. 2009년 정규리그를 앞두고 이동국은 성남 일화(현 성남FC)에서 주전 경쟁에 밀려 쫓겨나다시피 나왔다. 당시 분위기는 이동국은 선수 생활이 끝났다는 분위기였다.
그런 이동국을 바꿔놓은 것이 바로 최강희 감독이다.
이동국은 최강희 감독이 지도하는 전북 현대에 2009년 입단해 22골을 터뜨리며 K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전북의 창단 첫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로도 승승장구해 올 시즌에도 13골을 기록하는 등 10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자신이 건재함을 내보였다. 내년 마흔이 되는 이동국은 전북과 1년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이날 이동국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참고 있었는데, 최강희 감독님과 함께했던 시간이 떠올라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강희 감독님이 안 계셨다면 전북은 평범한 팀으로 남았을 것”이라며 “좋게 가시는 것이니 응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최강희 감독은 “10년 넘게 함께했던 선수들에게는 남다른 감정이 많다”며 “일부러 눈길을 피하고, 대화하지 않기도 했지만, 선수들은 나를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많은 감정이 교차하며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K리그 단일팀 최장수 감독인 최강희 감독과 그런 최 감독 밑에서 401경기를 뛴 이동국의 그라운드 안에서의 인연은 이렇게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