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
부르는 소리에 아스나가 머리를 들었다.
침실 안, 아스나는 막 아들 히지(日出)을 재운 참이다. 밤, 해시(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시녀 마스꼬의 목소리여서 아스나가 낮게 물었다.
“왜 그러느냐?”
그때 방문이 열리면서 마스꼬가 얼굴만 조금 안으로 내밀었다.
“마님, 우에노 님이 오셨습니다.”
눈을 크게 뜬 아스나가 잠깐 망설였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안으로.”
“네, 저는 밖에 있겠습니다.”
마스꼬는 망을 보겠다는 말이다. 곧 문이 더 열리더니 방 안으로 우에노가 들어섰다. 우에노는 아스나의 먼 친척이 된다. 올해 37세. 3백석을 받는 수문장직이지만 백제에서 가져온 불경을 외우고 검술에도 뛰어났다. 그래서 지난번에 타카모리 영지와의 합병을 상의했던 것이다. 방안으로 들어선 우에노가 예의바르게 문 근처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얼굴이 무섭게 굳어져 있다.
“마님, 지난번 말씀을 듣고 실행을 하지 못했으나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우에노가 두손을 방바닥에 짚고 아스나를 보았다.
“제가 타카모리의 가신 슈토 님께 말씀을 드렸던 바, 슈토님은 타카모리 님께 말씀을 드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그 이유는?”
호흡을 고른 슈토가 말을 이었다.
“슈토님은 타카모리님이 마님과 히지님을 살려둘 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타카모리 님이 영지 욕심을 내다가 백제방의 장군인 계백 영주께 타도당해 영지가 일거에 몰수되었습니다.”
그때 우에노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아스나를 보았다.
“마님, 제가 조금 전에 슈토 님이 보낸 전령을 만났습니다.”
숨을 들이킨 아스나에게 우에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슈토님은 이제 계백 영주의 가미군대장이 되어 있습니다.”
“……”
“그리고 이곳에서 50리 거리인 하소산 건너편에 기마군 1천 기를 이끌고 와 있습니다.”
“……”
“계백령의 영주이신 계백 영주를 모시고 와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아스나가 숨을 죽였고 우에노의 말이 이어졌다.
“계백 영주께서는 슈토 님의 말씀을 들으시고 역적들을 단숨에 처단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님과 히지 님을 안돈시켜 드리겠다고 하셨습니다.”
“……”
“마님.”
우에노가 부르자 아스나가 입을 떼었다.
“우리 두 모자가 절에 가서 살기만 하면 돼요.”
“마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백성들이 하루라도 빨리 전쟁에서 벗어나 농사를 지어야지요. 모두 산으로 도망가서 3년째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어요.”
“마님.”
손등으로 눈물을 닦은 우에노가 아스나를 보았다.
“돌아가신 주군께서도 잘 하셨다고 하실 것입니다. 제가 끝까지 마님과 히지 님을 모시겠습니다.”
우에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