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아스나가 대답했다. 그때 슈토의 뒤쪽에서 우에노가 나타났다.
“마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에노가 소리쳤을 때 슈토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렇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오. 반란군은 이제 진압되었소. 잠시 후에 모시러올 터이니 기다리시오.”
슈토가 말하더니 우에노를 돌아보았다.
“우에노, 마님을 모시고 있게.”
“예, 슈토님.”
우에노가 상기된 얼굴로 대답했을 때 아스나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고노성의 영주가 정무를 처리하는 청은 돌보지 않아서 마룻바닥이 부숴졌고 천정에 거미줄이 걸쳐졌다. 그래서 군사들이 서둘러 바닥을 깔고 청소를 했다. 작은 성안에 1천기의 기마군이 진입해온 터라 말발굽 소리로 가득 찼다가 차츰 가라앉았다. 청에 오른 계백이 안쪽에 마련된 보료에 앉았을 때 군사들이 성 안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중신 타노와 타마나를 끌고 와 앞쪽 마당에 꿇어앉혔다. 마당 주위에는 군사들이 늘어섰고 청안에는 장수들이 좌우로 벌려 앉았다. 한낮, 태양이 중천에 떠 있는 맑은 날씨다. 그때 하도리가 말했다.
“전(前) 성주의 부인이 오십니다.”
곧 안쪽 문으로 아스나가 아들 히지를 데리고 청안으로 들어섰다. 주위는 조용하다. 둘러앉은 장수들은 시선을 받은 아스나가 하도리의 뒤를 따라 다가오고 있다. 계백이 아스나를 보았다. 그 순간 계백이 숨을 멈췄다. 아스나와 시선이 마주쳤고 잠시 떼어지지 않았다. 흰옷 차림의 아스나는 창백한 얼굴에 조금 홍조가 띄워져 있다. 적당한 키, 갸름한 얼굴, 스물대여섯쯤 되어 보이는 나이에 몸매는 가늘지만 품위가 있는 모습이다. 그때 계백이 눈으로 옆자리를 가리켰다.
“앉으시오.”
미리 비워둔 자리다. 계백에게 머리를 숙여 보인 아스나가 히지와 함께 옆쪽 방석 위에 앉았다. 다섯 보쯤 떨어진 자리지만 옅은 향내가 맡아졌다. 청안은 조용하다. 장수들도 숨을 죽이고 있다. 마당에 꿇어앉은 타노와 타마나는 40대 중반쯤으로 아직 정신을 수습하지 못한 상태다. 타노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칼등으로 맞았기 때문이다. 그때 계백이 마당에 선 장수에게 물었다.
“저놈들 휘하 군사는 어떻게 되었느냐?”
“예, 일부는 죽였고 나머지는 모두 항복해서 잡아놓았습니다.”
장수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머리를 끄덕인 계백이 명령했다.
“다 죽여라.”
“옛.”
“저놈 가족들도 몰사시켜라.”
“옛!”
“저놈들의 친척도 찾아서 다 죽여라.”
“옛!”
“그리고 내 눈앞에서 저 두 놈을 베어죽여라. 난도질을 하는 게 낫다.”
“옛!”
몸을 돌린 장수가 둘러선 군사들에게 소리쳤다.
“베어 죽여라!”
타노와 타마나는 말 한마디라도 할 여유를 갖게 될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러나 계백의 추상같은 명령이 이어서 떨어졌고 그것을 들은 몸이 위축되었을 때 군사들이 사방에서 칼을 치켜들고 덮쳐왔다. 험악한 기세다.
“으으악!”
난도질은 공포감과 고통을 극대화시킨다. 단숨에 죽이는 것은 호사다. 두 반란수괴의 비명이 계속해서 이어지다가 피걸레가 되면서 멈춰졌다. 고깃덩이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