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코님은 쇼토쿠 태자가 세운 호류사에 보내져 10년 동안 공부를 하고 돌아온 인재입니다.”
“뭐라구? 호류사?”
계백이 머리를 기울였다. 쇼토쿠 태자는 왜국에서 신처럼 숭상 받는 인물이다. 쇼토쿠 태자 역시 백제계이자 요메이왕(用明王)의 제2왕자로, 어머니가 백제계인 소가노 우마코의 생질녀다. 쇼토쿠 태자는 소가노 우마코와 함께 섭정이 되어 스미코 왜왕을 보좌했는데 왜국 최초로 헌법을 제정했다. 또한 불교를 장려하여 호류사, 시텐오사(四天王寺)등 41개의 절을 세웠으며 호류사는 목조건물로 고구려에서 건너간 담징이 본당의 금당벽화를 그렸다.
쇼토쿠 태자가 죽은 후에 소가 에미시가 왜국 섭정이 되었고 뒤를 이어 소가 이루카가 지금 섭정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때 사다케가 말을 이었다.
“미사코님이 이곳 후쿠토미 지역의 ‘여보살’로 불리웠습니다. 후쿠토미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미사코를 따르는 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처음 듣는다.”
“미사코님이 앞에 나서지 않고 약탈해 간 양곡을 굶주린 주민에게 다시 나눠준다던가 부모를 잃은 아이를 절에 수용하고 잔혹한 행동을 하는 장졸을 벌하였기 때문에 그나마 후쿠토미의 체제가 유지 되었던 것입니다.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던데.”
“미사코님이 주군의 소실이 되겠다고 자청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년이 나를 이용할 작정이었군.”
“주군, 미사코님은 25세로 평생 남자를 맞지 않겠다고 공언하신 분입니다.”
“아직 남자맛을 몰라서 그렇지.”
“주군, 미사코님은 아스나 하고는 다릅니다.”
“아스나가 침상 위에서는 제일이었다.”
“주군, 미사코님은 쇼토쿠 태자님이 제정하신 17조 헌법뿐만 아니라 학문, 문장에도 뛰어납니다. 주군을 더욱 빛나게 만드실 분입니다.”
사다케의 이마에 땀방울이 배어나있다. 그것을 본 계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다음날 아침, 계백이 청에 앉아서 사다케에게 지시했다.
“후쿠토미의 동생 미사코를 데려오도록.”
“예, 주군.”
사다케는 바로 대답했지만 둘러앉은 장수들이 술렁거렸다. 잠시후에 사다케와 함께 미사코가 들어섰을 때 청 안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미사코는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저고리에 바지를 입은 남장 차림이었지만 미모가 더 두드러졌다. 그러나 수십 명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어깨를 펴고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때 계백이 입을 열었다.
“여러 말 하지 않겠다. 네가 그동안 선정을 베풀어 주민의 칭송을 받았다니 이 성에서 내정(內政)을 맡아라.”
미사코가 시선을 들어 계백을 보았다. 눈동자가 흐려져 있다. 두 볼이 조금 달아올라 있었는데 조금 열린 입술 끝을 가늘게 떤다.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지. 이곳을 미사코성으로 부르겠다. 너는 미사코성 성주다. 내 가신(家臣)이고.”
그리고는 계백이 머리를 돌려 슈토를 보았다.
“미사코에게 기마군 1천, 보군 2천을 떼어주고 무장을 보좌시켜라.”
“옛.”
슈토가 납작 엎드려 명을 받았다. 계백이 이제는 미사코를 보았다.
“미사코.”
“네.”
미사코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시선을 떼지 않는다. 계백이 정색하고 말했다.
“쇼토쿠 태자님의 선정을 실현해보도록.”
“네.”
“넌 내 가신이야.”
“네.”
“나는 네 주군이고.”
“네, 주군.”
계백이 이제는 사다케를 보았다.
“사다케, 미사코성 성주한테 소실을 찾아줘야 되지 않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