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부도의 날이라는 영화가 꽤 이슈다. 영화의 제목이 말해주듯 우리나라 근대 역사상 최대 굴욕인 경술국치 이래 국가경제의 총체적난국 상황이 펼쳐졌고 필자는 당시 나이가 많지 않았음에도 국가 경제의 심각함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IMF의 정확한 개념을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우리나라는 국제 사회에 큰 빚을 지고 있었고 도산의 위기에 빠져있었다.
우리나라 국민은 한번 해보자는 마음만 갖는다면 어려운 이슈를 한마음으로 해결하곤 한다고 우리 스스로 자평한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역사 속 의병들이 그래왔고, 광복군이라고 불리우는 국민들이 일제 해방을 이룬 것이 실례이다. 그리고 우리는 IMF 경제위기를 대한민국 전체의 공동체 문제로 의식하고 장롱 속에 있던 금붙이를 모아 IMF에 달러대신 지급함으로써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온 국민이 만세를 불렀다
필자는 우리나라 국민은 위대했고 우리나라가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고만 알고 있었다. 어렴풋이 IMF가 정부의 무능함 때문이라는 사실 정도는 인식하고 있었으나 우리나라 전 국민은 대한민국의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회상하기 싫어하였고 잘 극복했으니 그걸로 된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영화를 통해서 우리는 이제서야 IMF 경제 위기가 어째서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실체가 어떠했는지 직면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 경제가 호황이었을 때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가 호황이므로 금방 수익을 창출할 것이니 채무이행을 하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어음이라는 유가증권으로 경제활동을 영위하였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우리나라의 경제는 그 신뢰가 조금만 금이가도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고 서로 간에 신뢰라는 이름으로 확신 없는 어음을 남발하였다. 그 구조를 믿을 수 없던 해외자본들은 우리나라의 신뢰를 더는 믿지 않았고 해외 자본의 우리 나라 경제에 대한 외면으로 외환위기에 봉착하였다. 국가는 이 과정에서 금융 및 경제 상황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했고 그 책임이 있음이 명백하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온 것에는 무척 애석하지만 그럴 수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신뢰의 경제에 금이 가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경제에 금이 간 그 사실을 철저히 국민들이게 숨겼고 그저 이상없다 이상없다라고만 전했다. 국가경제의 진위를 국민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닌 그저 자기안위만 걱정하는 처사 그리고 어떻게든 해결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이다
국가는 자신의 잘못을 애써 숨기고 국민들이게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고 책임을 전가했다. 경제 위기로 수많은 노동자가 해고당하고 중소기업이 도산했다. 자살률은 증가하고 무엇보다도 우리사회는 타인을 신뢰할 수없는 사회가 되었다. 이는 우리 국민이 아닌 국가가 주도하여 신뢰 상실의 시대를 만든 탓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데 국가 공동체는 어떻게 서로를 신뢰하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이 문제를 숨기려고만 하는 해결방식이 아직까지 우리 사회 저변에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괜찮다 가만있어라 문제없을 것이다’가 세월호에서 울렸던 메시지다. 한 사회의 공동체 더 나아가서 국정을 운영하며 실수 할 수 있고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인정하고 공동체와 함께 이겨내 가자고 제안하고 사과하면 된다. 우리 국민은 실수를 인정하고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공동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