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기 위해 도입하려는 고향세(고향사랑 기부제)가 지난 연말 또 다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정부는 애초 올해부터 고향사랑 기부제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국회 입법화 과정이 늦어지면서 2020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고향세 관련 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내년 시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고향사랑 기부제는 수도권과 지역간 재정불균형 해소와 지역 활성화를 위해 10여년 전부터 거론됐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처음 대선공약으로 도시민이 부담하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에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2009년과 2011년에 관련 법률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수도권 자치단체와 국회의원의 강력 반대로 무산됐다.
다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대 대선에서 고향사랑 기부제를 공약으로 제시한데 이어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국민 여론조사 결과도 60% 정도가 고향세 도입에 찬성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고향사랑 기부제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반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지난 12월 국회에서도 입법이 물 건너갔다. 고향세 시행방안 마련과 관련 제도정비 등으로 1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 연말에는 관련 법안이 꼭 통과됐어야 했다.
지난 2008년 고향납세제를 도입한 일본은 2017년 고향세 총액이 3조7000억원에 달하면서 지역발전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고향세를 통해 지역 인재양성과 주민 의료·복지서비스 강화, 일자리 창출사업 등을 추진하는 동력이 됐다. 또한 고향세를 납부하는 사람들에게 답례품으로 지역 특산물을 제공하면서 홋카이도와 미야자키현의 경우 농가소득도 늘었다.
전라북도는 지난 2017년 재정자립도가 30.29%로 전국 평균 55.23%를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최하위였다. 도내 14개 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7.92%에 불과하다. 재정자립도 20% 이상은 전주 군산 완주 등 3곳뿐이고 정읍 남원 김제 진안 무주 장수 임실 순창 고창 부안 등 10곳은 10%도 안된다. 이들 10곳은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 해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이 살아나야 수도권도 살고 지역이 고루 발전돼야 국가균형발전도 이뤄진다. 여·야 정파나 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고향세 입법에 적극 나서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