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다숲은 사방 50리(20㎞) 면적에 숲이 우거졌고 개울이 많아서 짐승들의 소굴이었다. 그래서 우에스기는 1년에 네댓 번씩 이곳에 와서 사냥을 했는데 지난번에는 곰을 3마리나 잡았다. 활로 고을 잡는 무장은 영지내(內)에서 몇 명 되지 않는다. 우에스기는 명궁인데다 힘이 세었다. 우에스기가 사용하는 대궁(大弓)은 길이가 5자(1.5m)에 화살은 4자(1.2m)여서 작은 창같다.
“오늘은 짐승이 안보인다.”
오전 오시(12시) 무렵, 우에스기가 마상에서 짜증을 냈다. 오전에 우에스기가 사냥한 짐승은 꿩 3마리, 노루 1마리다. 몰이꾼인 기마군 3백이 오오다숲 동쪽을 훑어서 우에스기 앞으로 짐승을 몰았지만 큰 짐승은 보이지 않은 것이다.
“기마군이 남쪽으로 돌아갔으니 그쪽은 개울이 많은 곳이라 큰 짐승이 많이 도망쳐올 것입니다.”
중신(重臣) 소토메가 말했다. 이곳은 숲 중심부에 위치한 작은 동단위, 사방을 굽어볼 수 있는데다 2백보쯤 트여서 최적의 목이다. 이곳으로 사방에서 쫓겨온 짐승들이 지나가는 것이다.
“지금쯤 계백이 미사코성에 가 있겠지?”
불쑥 우에스기가 물었기 때문에 소토메가 고개를 들었다. 바람결에 우에스기의 머리칼이 날렸다. 투구에 흰 끈을 질끈 동여매었지만 뒤쪽을 묶은 머리털이 흔들렸다. 우에스기는 비대한 체구인데도 말을 잘 탔다. 말을 좋아해서 지금 우에스기가 타고 있는 적토마는 4대째 내려오는 순종이다.
“첩자를 보냈으니 곧 알게 될 것입니다.”
소토메가 다가서면서 말했다.
“만일 계백을 처치하면 미사코성도 주군께서 차지하셔야 합니다.”
“당연하지.”
“후쿠토미의 영지는 50만석이 넘습니다. 그러면 주군께서는 1백만석이 넘는 대영주가 되시는 것입니다.”
“내가 50 이전에 1백만석 영주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이번에 소원이 이루어질까?”
“계백만 죽이면 가능한 일입니다.”
소토메가 긴 얼굴을 들고 웃었다. 소토메의 여동생이 우에스기의 4번째 소실로 아들 둘을 낳았다. 그중 하나가 성주가 되었고 하나는 아직 미성년이다. 머리를 끄덕인 우에스기가 말을 잇는다.
“그럼 너한테도 성주를 시켜주마. 네가 성주가 될 때도 되었다.”
소토메는 44세, 우에스기의 측근에서 20년 가깝게 보냈으니 머릿속에 들어가 앉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황공합니다, 주군.”
감동한 소토메가 머리를 숙였을 때 서쪽에서 말굽소리가 났다. 서쪽에서도 몰이꾼이 짐승을 몰아오는 것 같다.
앞장서 달리던 계백이 공터로 다가가면서 손에 쥔 활에 살을 먹였다. 뒤를 따르던 슈토와 하도리는 똑같이 숨을 삼켰다. 그동안 하도리는 수없이 계백의 궁술을 보았다. 그러나 슈토는 몇 번 되지 않는다. 그래서 치켜뜬 눈을 깜박이지도 않는다. 계백이 이끈 기마군은 2백기, 숲속이어서 뒤쪽 일부분만 보인다. 2열 종대로 숲속을 달리고 있었지만 전속력이다. 훈련보다도 실전 경험이 뛰어난 군사들이다. 그 순간 숲을 벗어나면서 계백은 앞쪽 언덕 위에 서있는 우에스기를 보았다. 거리는 180보, 계백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시위에 먹이고 있던 화살과 함께 활을 치켜들면서 허리를 세웠다. 계백과 동체가 된 말이 달리면서 허리에 힘을 주는 것이 느껴졌다. 계백을 위하여 반동을 줄이려는 것이다. 그 순간 계백이 만월처럼 부풀려졌던 시위를 놓았다. 거리는 150보, 살이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