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로컬 지향의 시대

김지연 문화기획자

전주에서 태어나 군산으로 대학교를 오게 되면서 자연스레 취업도 하고 창업도 하게 됐습니다. 5년의 직장생활과 3년의 매장운영을 하면서 자연스레 지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역에 머물고 있는, 지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청년들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심지어는 군산에 연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여행을 왔다가 이 곳에 자리를 잡고 창업을 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물론 큰 지역이나 도시로 떠나고 싶은 청년들이 더 많이 있겠지만, 요즘은 자신의 고향이나 자신이 매력을 느끼는 작은 지역으로 와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지역, 지방에 와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고민하면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하는 청년들의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작년, 동네 서점에서 ‘로컬 지향의 시대’라는 책을 발견하고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구입했습니다. 일본의 사례들을 보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과 닮은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하며 공감했습니다. 큰 도시로 젊은세대들이 많이 떠나면서 남겨진 작은 지역이나 마을에 다시 청년들이 들어오면서 변화된 이야기와 사례들을 보며 최근 몇 년 사이 느끼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움직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머물거나 다시 돌아오는 움직임이 단순한 이유는 아니겠지요.

큰 도시로 가게 될 경우 그만큼 많이 경쟁해야 하고 치열하게 살아나가야 한다는 부분이 큰 것 같습니다. 나와의 경쟁보다는 남과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과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큰 부담을 주기도 합니다.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자신의 가치와 목적을 담은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서 가장 큰 매력을 느낍니다. 청년들이 로컬을 지향하면서 생겨나는 매력적인 공간과 주인을 닮은 매장들. 그 안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역에 머물게 된 이야기, 지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이야기, 익숙하지 않은 지역에서 자리 잡게 된 이야기 등. 어느 지역 구석에 있지만 찾아서 가고 싶게 만드는 힘 말입니다. 제가 지역을 여행할 때 크게 중점을 두고 보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조금 불편한 점은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과 목적을 중심으로 혼자 운영하다보면 매일 똑같은 운영시간이 아닐 수도, 갑작스러운 휴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존에 있던 주변 어르신들은 청년들을 “게으르다, 베짱이 같다” 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듣기도 합니다. 새벽 같이 문을 열고 하루종일 땀 흘리며 일하고, 늦은 시간에 문을 닫았던 어르신들의 세상에서는 이해가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저녁 늦게 문을 닫지는 않지만 일을 하는 시간 만큼은 집중하고 고민하고 지역까지 찾아와주는 사람과 소통합니다. 직접 소통과 SNS를 통한 간접 소통도 합니다. 도시에서 느꼈던 물리적인 치열함과 경쟁이 아닌, 정서적인 치열함과 나와의 경쟁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기도 합니다.

저는 청년이라는 시간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지역에서 보내고 있는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 많은 청년들이 지역을 지향하길, 더 멋진 로컬 지향의 시대를 우리나라 청년들이 만들어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