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체장들의 연초 읍·면 방문 자리에서 봇물을 이루는 주민 건의사항은 결국 예산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노인복지타운을 건설해 달라, 농어촌도로를 개설해 달라 등 다양하다. 문제는 예산이다. 전북지역 GRDP 1위인 완주군이 요즘 자체 세수 감소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 16일 삼례읍부터 시작된 읍·면 연초방문 자리에서 박성일 완주군수가 연일 다소 곤혹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있다. 주민들이 군수를 향해 각종 건의를 봇물처럼 쏟아내는데 결국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러분들이 내주신 34건의 건의 사항을 별도로 관리하며 최대한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군수로서는 당장이라도 해결해 주고 싶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연초 방문 첫 날인 지난 16일 삼례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서 삼례읍 김 모 씨는 “지방도 799호선에서 서여마을 입구까지는 도로개설이 완료됐지만, 아직 미개설 구간이 남아 있어 주민 불편이 크니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건의했다. 또 원후정과 우석대, 화산, 서여마을을 거쳐 지방도와 연결되는 도로를 개설해 달라고도 했다.
완주군 검토 결과, 이들 2개 도로사업에만 필요한 예산은 120억 원 정도다. 그러나 올해 완주군 농어촌도로 예산이 50억에 불과하니, 현실적으로 주민 요구는 수용이 어렵다.
용진읍 방문에서도 용암~설경, 도계~덕암 도로개설 요구가 나왔다. 구이면 방문에서는 노인복지타운과 목욕탕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구이면 자율방범대에서는 농촌지역에서 운행이 늘어나고 있는 4륜차 안전대책, 도로 차선 도색 등 건의도 나왔다. 작년에 건의했는데 안돼서 올해 다시 말씀드린다는 주민도 몇 있었다.
이런 주민 건의에 대해 박성일 군수는 “연초 방문 때 여러분께서 주신 건의사항은 별도로 관리하며 최대한 반영해 나가고 있다”며 “다만 자체 예산으로 해결해야 하는 농어촌도로 등 주민 편익사업들의 경우 예산상 어려움이 있어 부득이 연차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박 군수에 따르면 완주군의 산업단지가 활발하게 가동되면서 350억~400억 원에 달했던 지방세수가 최근 경기 상황 악화로 적지 않게 줄었다. 특히 현대차 세수가 줄었다. 세수가 좋을 때 완주군이 경로당이나 농촌지원사업에 타지역보다 1.5배 이상 더 투입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예산 운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복지비용은 올해에만 150억 원 가량 늘었다. 복지예산이 늘고, 세수가 줄면서 결국 SOC예산을 줄여 살림살이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하니, 주민들이 요구하는 농어촌도로 개설 등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당분간 힘들다는 것이 박군수의 답변 요지다.
완주군 관계자는 “최근 세수 어려움이 있지만 현대차 공장의 수소차 생산, 테크노밸리 2단계 등 320만 평 규모의 산단이 정상가동되면 삶의 질 높은 15만 자족도시 완주 건설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