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박갑순 씨 투병기 ‘민머리에 그린 꽃핀’

“오늘, 지금,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만큼 하며 살기. 이것이 두 번의 암을 만나 투병하는 과정에서 얻은 나의 다짐이다.”

암 환자의 고통을 직접 겪어본 사람의 목소리만큼 생생한 울림이 또 있을까. 두 번의 암을 앓으면서 겪었던 치료과정을 날 것 그대로 글에 담았다. 박갑순 씨의 책 <민머리에 그린 꽃핀> (도서 출판 Book Manage)은 ‘암 완치에 닿을 수 있는 힘’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박갑순 씨는 완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암으로부터 자신을 지킨 가장 큰 힘이었다고 담담히 이야기한다.

지난 2014년 12월 위암 초기로 수술을 받은 박갑순 씨. 2017년 2월 유방암 수술로 인생의 고비를 한 번 더 만난다. ‘또 암이라니?’ 유방암 소견서를 받아들고 병원을 나서자 세상에 혼자인 듯 절망감이 엄습한다. 그 길로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와서 실컷 울었다. 하지만 이내 곧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세워야한다는 막연한 각오로 이어진다. 수술 날짜를 잡고 부안의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를 찾아가 “바쁜 일이 있어 한동안 오지 못할 것”이라고 에둘러 인사도 했다. 그렇게 1년 6개월간의 길고 긴 싸움을 다시 시작했다.

저자는 감사의 약효에 대해서 거듭 강조한다. 아무 일 없었던 듯 눈을 뜰 수 있는 아침, 하루의 햇살과 눈을 맞추는 일 모두가 감사한 시간이라고. 암 환자의 고통은 결국 환자 자신의 몫이기에 박갑순 씨는 긍정의 힘을 통해 스스로를 살리겠노라 마음을 다잡는다.

2018년 6월 12일에는 첫 시집 <우리는 눈물을 연습한 적 없다> 를 발간한다. 시집의 절반 이상이 투병 중에 쓴 것들이라고. 앞서 2015년 위암 수술 후 발간한 수필집 <꽃망울 떨어질라> 처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 책들을 쓰면서 병상에서도 꿋꿋하게 웃음을 잃지 않고 견딜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직도 중증환자로 등록되어 있지만 처방 받은 약을 잘 복용하며 매사 긍정적으로 많이 웃고 지낸다는 박갑순 씨. 자신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드러내 보이며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함께 걷자”고 손을 내민다. 그의 씩씩함에 절로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