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서 담배 피우며 진료…골절 고양이 결국 사망

의료진 휴대전화도…CCTV 영상서 드러나
전북대 동물의료센터, 뒤늦게 ‘잘못 인정’

지난달 23일 오후 7시 59분 전북대 익산캠퍼스에 위치한 동물의료센터 입원실. 다리 골절로 입원한 고양이가 갑자기 경기를 일으키듯 몸부림치며 꼬리를 케이지 밖으로 길게 늘어뜨린다. 주치의와 인턴 등 3명의 수의사가 당직시간이 끝났는지 점퍼로 갈아입고 입원실을 떠나던 시간, 단 한 명의 의료진도 없는 그 시간에 고양이는 3년여의 생을 마감했다.

다리 골절로 입원한 김모 씨의 반려묘가 수술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죽음을 맞으면서 이례적으로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진행되고 있다.

부검을 위해 보호자가 확보한 입원실 CCTV에선 주치의가 수시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고스란히 녹화된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도내 단 한 곳에 불과한 동물의료센터인 이 곳에선 고양이가 죽기 전 응급처지 했다던 장면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결국 병원이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는 등 부실 진료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고양이 보호자 김 씨가 병원으로부터 잘못을 인정받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병원은 처음 고양이의 사인을 ‘스트레스성’이라고 했다. 골절로 입원한 고양이의 사인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답변에 김 씨는 진료 차트와 입원실 영상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하는 병원과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김 씨가 100여 만원의 진료비용을 지불하고 경찰의 도움을 받아 확보한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의료진이 전자담배를 피우고 음료를 마시며 수시로 휴대전화를 하면서 다친 동물에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 더욱이 영상에선 오후 7시 59분께 고양이가 죽은 것으로 보이지만, 병원 측은 8시 이후에 수술일정을 통보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김 씨는 “병실에서 의료진이 수시로 담배를 피우고 음료를 마시기도 했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간 고양이를 생각하면 울분이 터진다”고 말했다.

정확한 사인조차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김 씨는 경북 김천의 국립검역소에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제대로 된 사인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던 병원은 응급처치가 되지 않은데다 전자담배까지 피우며 진료한 영상이 공개되자 잘못을 인정하고 보호자와 합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북대 동물의료센터 병원장은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보호자에게 잘못을 충분히 설명드리고, 당사자에 대해서는 교수회의를 통해 처분과 후속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양이 보호자 김 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함은 물론 지금까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죽어간 반려동물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며 “전북대 동물의료센터의 부실진료 현황과 고양이의 사인을 밝혀달라는 청와대 청원과 함께 경찰에 병원의 과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