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의 초등학교 늦깎이 졸업생 지희순 할머니 “배움의 끈, 선생님·학생들의 응원이 큰 힘”

만학의 꿈에 도전한지 6년 만에 가슴 뭉클한 졸업장을 품에 안게 된 칠순의 할머니가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손주뻘에도 한참 모자랄 법한 동기생들과 함께 초등교육 정규과정을 마치고 15일 졸업식장에 서는 지희순 할머니(71).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 앞에서 배움의 열정을 키운다는 건 할머니에게는 사치에 불과했다. 생계에 매달린 채 배움의 시기를 놓쳐버렸고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의 오랜 투병으로 책을 손에 잡는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상황이었다. 고난과 역경의 긴 터널을 지나 슬하의 자녀 둘을 훌륭하게 키우고 나니 예전에 배우지 못한 공부의 간절함이 지희순 할머니를 학교로 이끌었다.

2013년 3월 무주 무풍초등학교에 입학한 할머니는 지난 6년을 여느 학생들과 똑같이 생활해 냈다. 교과 수업은 물론이거니와 수학여행이나 운동회 등 학내 여러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학교의 일원으로 당당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사실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 읽는 건 어찌 잘 되는데 쓰기가 그렇게 안 되더라고. 이 나이에 그냥 관두고 농사일이나 계속할까 했지만 그 때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선생님과 학생들의 응원 덕분이었지.”

이제 할머니는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할머니의 간절한 배움의 열정에 주위의 권유까지 더해지면서 중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것.

무풍초등학교 염규정 교장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초등학교 전 과정을 마친 지희순 할머니의 졸업을 축하드린다”며 “배움의 기쁨을 몸소 실천해 주신 할머니의 열정은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할머니의 배움의 길을 응원하는 지역주민들의 박수소리가 무척이나 크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