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여드는 ‘혁신’도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전국 시군구중 40%는 소멸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예측은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인구 절벽, 지방 소멸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산업과 많은 일자리가 있다면 왜 굳이 서울로 가겠는가?

각 지역에 적합한 산업을 일으키고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는 것이 혁신도시 시즌2의 핵심과제이다.

지금 혁신도시의 모습은 기관의 강제이전을 통한 하드웨어 구축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공공기관이 옮겨왔다고 저절로 산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지역마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 안한다면 서울과 지방의 이중생활은 지속되고 지방은 여전히 공동화된 채 수도권 집중만 강화될 뿐이다.

산업이 집적되고 사람이 모여들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 균형발전은 구호로만 남을 수 있다.

혁신도시를 만든 것은 수도권 집중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른 발전을 위해 지역의 거점마다 새로운 산업의 집적을 이루자는 것이다.

모두 한 곳에 모아놓으면 시너지효과가 나올 것 같지만 오히려 과밀은 효율을 떨어뜨린다. 서울에 그냥 몰려 있지 말고 새로운 집적을 위해 지역으로 모이자는 것이다.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산업을 일으키려면 이전 공공기관이 혁신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많은 모험 기업가들과 사회 혁신가들이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제안서를 들고 모여들게 해야 한다. 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의 수많은 실험과 모험, 성공과 실패가 벌어지는 도시여야 한다.

이전 공공기관의 직원들이 머물러 살기 위해서는 단지 숙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주거혁신이 필요하다. 혁신도시에는 임대업을 목적으로 한 오피스텔, 원룸 대신 주거권 해결을 위한 사회주택이나 공동체 활성화 목적의 신개념 공유주택을 지어야 한다.

또 혁신도시에는 교통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출퇴근 정체 지옥 대신 쾌적한 대중교통 천국, 자가용과 버스, 자전거와 걷는 사람이 도로에서 평등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

이전기관 직원들도 가까운 숙소에서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한다. 회사 주차장은 항상 부족하다. 주차장을 늘리는 대신 과감하게 대중교통특구를 만드는 것이 혁신이다. 혁신도시에는 노면철, 순환버스 등 노선을 갖춘 대중교통이 필요하다.

혁신도시는 어디를 가나 독서와 학습과 토론이 벌어지는 학습도시여야 한다. 강남 대치동과 같은 ‘스카이 캐슬’이 아닌, 학교와 지역사회가 하나의 학습공동체가 되는 품격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모두가 한 가지 이상의 체육활동을 하고 음악, 미술 분야의 주특기 하나쯤은 갖게 되고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낙후와 발전을 구분 짓는 척도가 높은 빌딩이 올라가고 도로가 확장되고 아파트가 곳곳에 들어서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상가가 조성되는 것이 도시 발전의 상징이 아니라 도시발전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도시의 외형적 성장이 아니라 어떤 산업, 어떤 비즈니스, 어떤 사람이 모이는가가 중요하다.

지금 혁신도시의 한계로 지적되는 것은 노무현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정부 10년간 균형발전철학의 실종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더 강력한 의지를 갖고 국가균형발전 2단계, 혁신도시 시즌2를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