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핵심당직을 친박(친박근혜)체제로 구축하면서 야권 정계개편이 늦어질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동조했던 바른미래당 보수의원(바른정당계)들이 한국당에 합류할 명분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바른미래당은 한국당발 보수통합에 선을 긋고 내부 단속에 나서고 있다. 한 때 민주평화당과의 당대당 통합을 주장했던 호남중진들의 움직임도 수그러든 모양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4일 당 사무총장에 친박계 한선교 의원, 전략기획부총장에 친박계 초선이자 국무총리시절 함께 일한 추경호 의원을 임명했다.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친박계 재선 이헌승 의원, 대변인에는 초선 민경욱·전희경 의원을 지명했다. 민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첫 당직자 인선에 친박계 의원을 대거 요직에 배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보수 핵심세력의 통합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지도부가 대거 친박계로 임명되면서, 당내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좁아졌다”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내부 단속에 힘을 쏟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달 28일 황 대표와 만나 “당 대 당 통합을 얘기하지 말라”며 “(통합발언은) 정당 정치의 부정이고, 민주정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가 한국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바른미래당과의 당대당 통합 가능성을 주장한 데 대해 선을 그은 셈이다.
올 초부터 평화당과 접촉하며 당 대 당 통합에 나섰던 박주선 의원과 김동철 의원 등 호남 중진의원들의 움직임도 주춤하고 있다. 당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자강으로 흐르면서 이탈 명분이 약화된 탓이다.
현재 평화당도 제3지대 창당을 골자로 한 야권발 정계개편을 한 발 늦춘 상황이다. 앞서 평화당은 당내 워크숍을 계기로 전략을 ‘선(先) 자강, 후(後) 3지대 창당’으로 일부 변경했다. 정계개편을 하기 위한 신호탄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내 호남중진의원 이탈을 계기로 한 야권발 정계개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의원들이 정당이념에 대한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데다 내홍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교체되는 6월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내 지도부에 위치한 전북 등 일부 호남의원들도 당직 임기가 끝나면 자신의 거취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며 “이들이 당 잔류여부를 두고 흔들리기 시작하면 당 분위기가 야권발 정계개편으로 돌아설 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