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가득 피어낸 꽃등
새벽 미명에
운동하러 나온 노인
꽃잎 하나 떼어 지팡이 되어주고
공원에 세 들어 사는 비둘기
배고파 우루루 내려오면
꽃잎 두어 장 던져준다
녹조로 길 잃은 물오리새끼
쉬었다 가라고 보듬어 주다가
구경나온 사람들의 땀을 닦아주다가
연신 눌러대는 카메라 앞에
손을 흔들며
또르르 잎사귀에 땀방울 굴린다
땡볕이 칠월의 끝을 지나고
숭숭 구멍 뚫린 꽃 대궁 속에
맺어놓은 마음 하나
==================================
● 연꽃의 마음이 어머니 마음이다. 연꽃의 생이 어머니 생이다. 진흙탕 속에서 애면글면 피워낸 꽃을 이웃노인에게 지팡이로 선뜻 내어주고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비둘기에게 뚝 떼어 건네준다. 물오리새끼를 보듬고 사람들을 안아준다. 그러느라 줄기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줄도 모른다. 찬바람 불면 뼈마디가 시리다는 어머니 생각난다. -김제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