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걸음마를 뗍니다. 옆 차들이 쌩쌩 날아갑니다. 햇병아리인 나 엉금거릴밖에요. 뒤차가 번개 불을 번쩍, 간이 콩알만 해집니다. 교차로 신호등이 하늘에 뜬 솔개처럼 노려보네요. 퀵, 튀어나오는 오토바이가 족제비처럼 금방이라도 덮칠 것만 같네요. 눈앞이 깜깜, 학교 가는 길도 잊어먹었습니다.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가 자꾸 헷갈리네요. 어쩌자고 끌고 나왔는지 후회막급입니다. 저린 오금에 옴짝달싹 못 하겠습니다.
교문 안으로 겁먹은 등을 가만 떠밉니다. 두어 걸음 떼다 말고 병아리가 자꾸 뒤를 돌아봅니다. 훌쩍 큰 줄 알았더니 또래보다 한결 작은 아이, 걱정이 태산입니다. 엄마처럼 아직 왕초보입니다. 하지만 첫걸음 없는 천 리 길이 있다던가요? 두렵고 낯설어 잔뜩 겁먹은 길, 금세 익숙해질 테지요. 오래지 않아 녀석도 빵빵대며 친구들이랑 곧잘 어울릴 겁니다. 길 가다 넘어진 친구 일으켜도 줄 겁니다.
세상의 ‘초보’들을 환영하는 양, 삼일절에 게양해 놓은 가로등의 태극기가 펄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