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민들레 - 김환중

동구 밖 느티나무 아래

버려진 안마의자가 있다

 

무너져 내린 어깻죽지

녹슨 다리에 닳고 닳은 관절, 문드러진 속

소소리바람에도 겨워한다

제 팔다리 주무르며 허물어져 간다

 

황사가 늘어놓는 푸념 너머

바람결에 들려오는 부음,

습관처럼 딴전을 피운다 귀를 후빈다

소식 끊긴 지 십 년 넘은

막둥이라도 기다리는 걸까,

 

아직은 갈 수 없다는 듯, 손사래 친다

자드락 자드락 헐거워진 뱃구레 틈새로

민들레 한 송이 피워 올렸다

 

고장 나 버려진 안마의자인 듯

파파 할멈,

동구 밖 느티나무 아래 주저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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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리바람에도 겨워하는 버려진 안마의자의 틈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은 희망이다. 십 년 넘게 소식 끊긴 막둥이에게서 기쁜 소식이 올 것이다. 어둔 귀를 후비지 않아도 동구 밖에서 달려 올 막둥이의 환한 웃음을 맞이하는 봄이 되리라. 낡아가는 안마의자의 삐걱거리는 아픔에서 용케 피워 올린 용기에 감탄한다. 겨울을 지나온 강한 의지 보다는 피워 올린 꽃을 본 시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소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