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종합건강검진

곽유석 전북지방병무청장

“이 땅에 새천년의 첫 아기가 태어났다. 새천년의 문이 열리는 지금, 새 생명과 함께 한민족의 이름으로 온 인류를 향해 평화를 선언한다.” 1999년 12월 31일 밤 2000년을 맞이하기 위한 ‘새천년맞이 국민대축제‘때 김대중 대통령 축사의 일부다. 새천년 시작과 함께 탄생하는 즈믄둥이 여아 ’구슬이‘와 남자아이 ’바위‘의 출생 장면과 우주정거장 미르호 승무원들의 새천년 축하메시지 등 다채로운 새천년 맞이 행사가 지구촌 곳곳에서 열렸다.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떠들썩한 밀레니엄베이비 마케팅과 다가올 21세기에 펼쳐질 사회변화 등 축제 분위기를 기억한다. 덕분일까 2000년 우리나라 출생아는 63만4501명으로 1999년에 비해 2만명이상 늘기도 했다.

올해는 바로 그 즈믄둥이 ‘바위’가 병역판정검사를 받는 해이다. 이 땅에 남자로 태어나 19세가 되기 때문이다. 올해 병역판정검사 대상인원은 전국적으로 34만여 명이며 전북지역 검사대상자는 1만 2579명이다.

병역판정검사는 병역의무자 개개인의 병역의무 이행형태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정밀하고 투명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병무청은 그동안 검사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정확한 검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검사과정을 완전 전산화하고, 정밀한 검사와 의무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MRI나 CT 같은 첨단 의료장비도 갖추었다. 질환자가 많은 내과, 정신과, 정형외과는 전담의사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려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모든 수검자들은 백혈구감별검사, HIV 검사를 비롯한 총 26개 항목의 병리검사에 잠복결핵검사까지 받는다.

병역판정검사를 마친 수검자들은 검사 현장에서 건강정보가 수록된 개인별 건강검진 결과서를 받는다. 건강정보에 대한 항목별 검사목적과 결과에 대한 임상적인 의미를 비롯해 개인별 맞춤식 질병건강정보를 담았다. 병역판정검사를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조기에 치료를 할 수 있게 돼 군복무 가능여부를 판단하던 병역판정검사가 ‘생애 첫 종합건강검진’으로 발전한 것이다. 여느 종합병원의 건강검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백혈병 등 수검자들이 자각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냈던 질환을 병무청에 와서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을 수 있으니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한 해 30여만명의 검사결과가 축적된 빅데이터는 향후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직업 특성상 젊은이들이 한 순간의 사고로 평생의 장애를 입거나 검은 유혹에 넘어가 불치의 질환을 가지게 된 사례를 종종 본다. 겉보기에 건강해 보여도 알고 보면 큰 장애가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젊은이들이 앞으로 겪어야 할 험난한 여정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

‘건강과 젊음은 잃고 난 뒤에야 그 고마움을 안다’는 아라비아 속담이 있다. 건강의 소중함은 누구나 같을 것인데 잊고 살다가 중장년이 되어 몸에 이상신호를 느껴야 우리는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오늘도 장래 준비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병역판정검사를 통해 일찍부터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병무청도 정밀한 병역판정검사를 통해 군에서 필요한 정예자원을 선발함은 물론 ‘생애 첫 종합건강검진’으로 국민건강·보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