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인근 주민 만나보니…“자사고 폐지 땐 골목상권·주민 자부심 무너진다”

“방문객 대부분이 상산고 학생들”
주민 평가기준 시정요구 집회도

28일 상산고등학교 인근 지역주민자치회가 상산고등학교 앞에서 자율형사립고 폐지 반대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자율형사립고인 상산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주변 골목상권은 무너집니다.”

전주 상산고 앞에서 25년간 서점을 운영해온 박정숙(62) 씨의 말은 절박했다. 원도심이었던 전주 효자 1·3동 일대 책방·카페·통닭집·분식점·미용실 등을 찾는 방문객 대부분이 상산고 학생이기 때문이다.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기준 불공정 논란’이 인근 주민과 상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주민과 상인들은 “상산고로 인해 전국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이면서 주변 상권 경제가 살아났다”며 “문제없이 잘 운영하고 이미지도 좋은 학교인데 대통령 공약을 앞세워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8일 상산고 맞은편 샌드위치 가게에서 만난 주인 윤모(65) 씨는 “상산고 학생들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며 “상산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기숙사생이나 하숙생들이 사라질 테니 큰 타격이 뻔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상산고의 자사고 유지 여부는 교육계만의 이슈가 아니다. 동네 주민과 상인들에게도 생계가 달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상산고가 곁에 있다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도 컸다.

인근 아파트 주민 김미란 씨는 “상가가 쭉 늘어선 이 구간을 다들 ‘상산고의 거리’라고 부른다. 전국에서 알아주는 학교가 우리 동네에 있다는 자부심이 컸다”며 “다른 도시를 가도 전주 효자동은 몰라도 상산고 옆에 산다고 하면 알았을 정도로 도시의 지명도를 올린 지역 자산인데 하루아침에 자사고 자격을 없애는 게 납득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최 모씨도 “상산고 학생들은 동네 소외계층 초·중학생들과 멘토링을 맺고 학습교류를 하고 있다”며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지역교육 발전에 공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주 효자·삼천동 지역주민자치위원회 등 상산고 인근 주민·상인 100여 명이 학교 정문 앞에 모여 ‘자사고 지키기 및 평가계획 시정 요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상산고는 연간 최소 200억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내며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며 “자사고 재지정 여부는 지역주민들의 상권 생존과도 관계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주민 공청회 한번 없이 갑작스럽게 폐지수순을 밟으려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병학 효자2동 주민자치회장은 “도교육청은 탁상행정, 밀어붙이기식 정책집행이 아니라 공론화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